1997년 6월 포항 스틸러스에서 일본 벨마레 히라쓰카로 이적한 홍명보(36) 현 축구국가대표팀 코치는 이적료 중 격려금으로 받은 5000만 원을 선뜻 내놨다. 포항은 홍 코치의 뜻을 받아들여 이 돈으로 ‘홍명보장학재단’을 설립했고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2002년부터는 불우 축구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직접 주고 있다. 올해에만 20명에게 각각 100만 원과 축구용품을 지급했다.
홍 코치는 2003년 12월 21일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소아암 환자 돕기 자선축구대회를 열었다. LA 갤럭시에서 뛰던 그해 7월 암과 사투를 벌이던 한 어린이의 모습과 그 아이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는 장면을 TV 다큐멘터리로 지켜본 뒤 국내로 돌아와 만든 대회다. 당시 2002 한일월드컵 및 프로축구 K리그 스타, 일본의 이하라 마사미 등 40명의 선수가 그의 뜻에 동참해 그라운드를 달궜고 1만8000여 명의 팬이 스탠드를 채웠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가 ‘아름다운 리베로’로 변신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것”이란다.
“스타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이젠 스타들도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야 합니다.”
홍 코치의 말처럼 스타는 큰 힘을 갖고 있다. 팬들은 스타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감동한다. 또 그 스타를 모방하려고 한다. 그만큼 스타의 선행이 던져 주는 메시지의 힘은 엄청나다. 특히 전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축구 스타들이 갖고 있는 힘은 더 크다. 축구대륙 유럽에서는 각종 자선경기가 열리는데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브라질의 호나우두,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너나 없이 대거 참가해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있다. 언론들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라며 대서특필한다.
이런 의미에서 홍 코치의 선행은 국내 모든 선수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홍 코치는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둔 18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제3회 소아암 환자 돕기 자선축구대회를 연다. 뜻 깊은 자리인 만큼 우리 함께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듯 ‘아름다운 축구’에 환호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메리 크리스마스, 아름다운 리베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