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씨 개인전 ‘이웃집 부인’ 전시장에 나온 ‘스타’(2005년 작). 이번 전시는 예상외의 소재와 재료로 만든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카이스 갤러리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설치작업으로 알려진 김홍석(41) 씨의 개인전 ‘이웃집 부인(Neighbor′s Wife)’전이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비디오, 사진, 설치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작가의 첫 갤러리 전시여서 설치 작품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김 씨는 2003, 2005 베니스 비엔날레에 연속 출품했고, 알바니아 티라나 비엔날레, 스페인 발렌시아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03년 아트선재센터 개관 5주년 소장품 전을 통해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12점, 비디오 4점, 오브제 4점 등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일관된 주제는 현대인들의 소통의 문제. 1999년부터 해오고 있는 연속 번역 시리즈가 이번에도 ‘대화(The Talk)’라는 비디오 작품을 통해 소개된다.
동티모르 출신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통역이 등장해 이주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얘기한다는 영어 자막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이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인이 변장한 것이며 그가 하는 말은 무의미한 소음이지 동티모르에서 쓰는 언어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하면 떠오르는 차별이나 불공평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인들의 소통의 부재를 빗댄 것이다.
예상외의 재료를 가지고 아름다운 조각 작품으로 변형하는 작업을 이번에도 선보인다.
2차원의 별(★)이나 숫자 1 모형을 만들어 360도 회전시킨 것도 있고 흙을 인분처럼 빚어 만든 것도 있다. 또 유명 사진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에서 발췌한 이미지나 문구(文句)를 촬영해 원래 크기의 5배 정도로 확대한 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100% 완벽한 카피’ 기법같이 평소 작가가 즐기는 실험들도 나온다.
‘이웃집 부인’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붙인 데 대해 김 씨는 “평소에는 인사를 나누는 적당한 사이지만 때론 윤리적,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는 이웃집 부인처럼 항상 열려 있는,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겠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02-511-0668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