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옛날에는 매우 중요한 글자로, 갑골문부터 등장한다. 창을 ‘설문해자’에서는 ‘찰기장과 향초를 섞어 향기가 나도록 만든 술로 신을 내리게 할 때 쓴다. 감(입 벌릴 감)은 그릇을, 중간은 쌀을, 아래쪽의 匕(비수 비)는 술을 뜨는 국자를 그렸다’고 풀이했지만, 이는 소전체에 근거한 풀이로 보인다. 갑골문을 살펴보면, 위쪽은 두 귀를 가진 시루 모양의 용기이고, 아래쪽은 匕가 아닌 내린 술을 받는 그릇이며, 중간은 기장과 누룩 등을 버무린 술의 재료로 보인다.
중국의 술은 전통적으로 과일주가 아닌 곡주였는데, 기장이나 수수·쌀·조 등의 곡물과 이를 발효시킬 누룩을 섞어 일정기간 동안 보관하면서 발효를 시키고, 술이 익으면 대나무 등으로 만든 용수를 박고 고인 맑은 술을 떠내면 그것이 淸酒(청주)가 되고 남은 찌꺼기에 물을 섞어 걸러내면 濁酒(탁주)가 된다. 그러지 않고 익은 술을 솥에 넣고 끓여 증류시켜 만든 것이 燒酒(소주)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도수가 높은 술을 얻을 수 있다. 중국술은 燒酒가 주를 이루었고, 창은 그런 모습을 그렸다.
鬱(막힐 울)은 林(수풀 림)과 缶(장군 부)와 멱(덮을 멱)과 창과 삼(터럭 삼)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林 대신 臼(절구 구)가 들어간 글자에서 분화된 글자이다. ‘설문해자’에서는 이 원래 글자를 두고 ‘향초를 말한다. 10잎(葉·엽)을 1貫(관)이라 하고, 120貫을 찧어 만든다. 臼·멱·缶·창이 의미부이고, 삼은 수식성분이다. 일설에 의하면, 鬱창은 중원지역의 온갖 풀(百草·백초)의 꽃과 멀리 鬱人(울인)들이 공납해온 향초를 섞어 만든 降神祭(강신제)에 쓰는 술을 말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鬱은 두 손(臼)으로 향기 가득한(삼) 술(창)을 섞어 용기(缶)에 담고 뚜껑(멱)을 덮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여기서 ‘향기 가득함’과 ‘빽빽하다’는 뜻이 나왔으며, 향기가 독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음’을 뜻했다. 이후 臼 대신 林을 사용해 숲(林)이 빽빽하고 울창함을 나타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