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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재하]금융허브 전략 성공 民-官협력에 달렸다

입력 | 2005-12-20 03:09:00


2003년 12월 국정과제 회의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전략’을 확정한 정부는 금년 6월 1차 금융허브 회의에서는 기존 로드맵 일정을 단축해 2015년까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발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금융허브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과 금융 산업의 획기적인 선진화 없이는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절박한 필요성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강국일 뿐 아니라 외환보유액 4위의 국가다. 그러나 1995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대에 묶여 선진국과의 격차는 줄지 않는 반면 후발국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서비스업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성장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업 분야 중 금융 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자 회계 법률서비스 컨설팅 등 여타 서비스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전략적 육성의 가치가 큰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금융 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에 힘입어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했으며 최근에는 은행들의 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외형상으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경영기법이나 위험관리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과 차이가 있어 금융 부문의 선진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자국을 국제금융허브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동북아지역의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금융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법, 규제, 감독, 세제, 생활환경 등에서 외국의 금융허브에 필적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상호 유기적이고 보완적인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금융허브 전략 추진에는 조세 유인, 법체계 선진화, 규제 완화, 감독의 투명성 제고 등 제도적 기반과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 여건 등 사회적 인프라가 선결 조건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금융허브로 발전한 나라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의지가 금융허브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투자청(GIC) 설립, 지역본부 유치 시 감세 혜택 제공, 자산 운용업 등 선도 업종 육성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금융허브 구축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가 헌법 개정까지 하면서 두바이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해 두바이가 중동의 금융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허브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과 함께 민간 부문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외국기업, 은행, 투자은행, 회계 및 법무법인 등의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작업반이 ‘2002년 금융허브 전략 보고서’를 마련하는 등 민간 주도로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민간 부문 주도의 민관 합동 금융허브 추진 체계를 구축한 점은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된다. 민간위원이 주축이 되는 6개 실무분과위원회가 향후 금융허브 정책 추진 방향과 과제를 자발적으로 마련해 추진하도록 함으로써 민간의 역동성, 전문성 및 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