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정인성 기자
최근 PC방에서 오랜 시간 인터넷게임을 즐기던 30대 남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던 고등학생이 숨지기도 했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게다가 곧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어 “혹시 내 아이가 게임중독이 되지는 않을까”라고 걱정을 하게 된다.
게임중독은 단순히 학습효과를 떨어뜨리는 것뿐 아니라 심각한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건양대병원 게임중독클리닉 박진균 교수의 도움말로 게임중독에 대해 알아본다.
▽사이트 정기 접속하면 빨간불=게임중독을 의학적으로 정의하자면 ‘병적 컴퓨터 사용 장애’라고 부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많다. 여학생은 게임보다는 채팅중독인 경우가 더 많다.
게임중독은 1994년경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의사소통의 장애에서 출발했다는 이론과 충동조절장애의 변형, 또는 우울증의 변형으로 생겼다는 이론이 있다.
게임중독은 대체로 3단계를 거친다.
제1단계는 인터넷에 입문하는 단계다. 주로 관심이 많은 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수준. 머드게임, 채팅룸, 포르노물 등을 돌아다니다 한두 개의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접속하게 된다.
제2단계에서는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 시작한다. 게임을 하면서 공격성향을 띠고 고수의 지위에 오르면 그걸로 흡족해 한다. 또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 학교에서 얻지 못하는 해방감을 만끽하게 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현실을 탈출하기 시작한다. 대리만족을 잃지 않으려고 더 자주, 더 오래 게임에 빠져든다. 이때부터는 게임을 할 때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징후를 발견하라=가출하거나 하루 종일 PC방에서 머물고 있다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빨리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그 정도로 심각해지기 전에 발견하는 것. 우선 학교에서도 졸고 집에서도 계속 피곤해 한다면 아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 최근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거나 게임 이외의 다른 취미활동을 모두 멀리하는 경우도 게임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와의 연락이 뚝 끊어졌거나 가상의 인터넷 친구나 게임의 ‘패밀리’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 이 역시 게임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때로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반항기와 불복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내성적인 아이들만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의외로 외향적인 아이들도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예전에 다른 것에 중독됐던 경험이 있는 아이일수록 게임중독 가능성이 크다.
▽컴퓨터 하루 1, 2시간만=무엇보다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사용시간을 줄이라고 하면 PC방에 가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1, 2시간만 허용하는 게 좋다.
컴퓨터를 대체할 만한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가령 컴퓨터 대신 수영을 하거나 영화 관람 등을 권유하도록 한다. 컴퓨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중독성이 강한 게임은 모두 지우고 게임잡지를 버리게 한다. 또 e메일 확인도 특정 시간대에만 하도록 한다. 컴퓨터는 거실처럼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공간에 두는 게 좋다. 그게 안 된다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에는 반드시 방문을 열어 두게 한다.
무턱대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반발만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중독성이 적은 게임은 가끔 아빠가 함께하면서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좋다. 또 게임중독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라는 점을 강조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그 점을 이해하면 게임중독은 거의 예방이 되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