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금융회사의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퇴직연금제도의 막이 올랐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서로 자신의 상품이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세일즈에 나섰다.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및 상품 설명회도 한창이다. 사진 제공 대한생명
퇴직연금 시장이 활짝 열렸다. 사업자 선정에 이어 19일부터는 퇴직연금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영역별 특성에 맞게 상품을 구성한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
가장 앞서나가는 쪽은 역시 보험회사들이다.
이미 퇴직보험 퇴직신탁 변액보험 등의 상품을 팔아보고, 운용해본 노하우를 살려 적극적으로 잠재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별도 수수료 없이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상품을 개발했다.
실적배당형은 다시 밸류형, 그로스형, 일반주식형, 자산배분 혼합형 등으로 나뉜다.
밸류형은 저평가된 주식에, 그로스형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에, 일반주식형은 우량주식에 기금의 일정비율을 투자한다.
삼성생명 측은 “다양한 펀드 구성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대한생명도 매달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적용금리가 변하는 금리연동형, 정해진 금리를 일정기간 보증하는 확정금리형인 이율보증형,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실적배당형 등의 상품을 개발해 대기업 계열사, 공기업, 대형 외국계 기업을 찾아다니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기간 중 무주택자가 집을 사거나 장기 간병을 받아야 하는 등의 사유로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에는 중도인출이나 담보대출도 가능하다.
■증권사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DB형보다는 실적에 따라 받을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DC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 혼합채권형, 해외 펀드오브펀드 등 세트로 구성된 상품이 제시된다.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주가연계증권(ELS), 예금, 발행어음 등에 운용하는 원리금 보장형 외에는 대부분 펀드로 운용한다.
자산운용 분야에서 앞선 노하우를 갖고 있는 계열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답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많은 상품들이 나오겠지만 대동소이할 것”이라며 “상품의 차별화보다는 운용의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
은행권도 기존의 기업고객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전략은 정형화된 상품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기업체나 근로자의 요구에 맞춰 그때그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
국민은행은 퇴직연금이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초(超)장기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 경험과 금융지식을 갖고 있는 안정적인 금융회사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예정이다.
기업영업전략팀 및 개인마케팅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일찌감치 상품 개발을 끝낸 우리은행은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휴잇어소시어츠와 제휴해 마케팅에 나섰다.
기존 퇴직보험 퇴직신탁 가입 업체는 DB형, 연봉제를 실시하거나 매년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는 업체는 DC형으로 전환할 것을 적극 유도한다는 것.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운용 전용 정기예금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