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의 계절.
프로농구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전국 열 군데 체육관도 연말을 맞아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어요.
체육관의 평균 연령은 15.2세로 지은 지 25년이 넘은 곳도 다섯 개나 됩니다. 황혼기에 접어든 셈이죠.
전자랜드는 연고지 인천에 마땅한 체육관이 없어 경기 부천체육관을 몇 년째 빌려 쓰고 있죠.
이들 체육관은 대개 스포츠 전용이 아니어서 경기 관전에 불편을 주고 낙후된 시설로 팬들에게 죄송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1971년 태어난 최고참 대구체육관(오리온스)은 좌석이 5558석에 이르지만 주차장은 고작 차량 50대만 수용할 수 있어 주차는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올해 서른 살이 된 전북 전주체육관(KCC)은 좌석의 앞뒤 간격이 좁아 누군가가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옆에 앉은 관중까지 일제히 일어나야 하죠. 이뿐입니까. 좌석번호가 없어 사전예약이 불가능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추위 속에서 2, 3시간 벌벌 떠는 일도 예사죠.
1979년 박정희 대통령까지 참석해 성대한 준공행사를 가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삼성)은 수용 규모 1만1000석으로 가장 덩치가 크지만 구내식당과 매점은 형편없어요. 음식값은 5000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반찬은 깍두기, 물미역 등 달랑 세 가지가 보통입니다.
잠실에 이웃하고 있는 잠실실내체육관과 학생체육관(SK)은 다음 주 농구가 없는 월요일에도 쉴 수가 없네요. 25일 실내체육관에선 인기그룹 공연이 있고 학생체육관에서도 핸드볼 대회가 있어 어쩔 수 없이 26일 경기를 치러야 해서죠.
강원 원주시 치악체육관(동부·1980년 완공)은 환기시설이 나빠 하프타임 때는 코트에 담배연기가 자욱합니다. 원정 팀 라커룸은 좁아 선수들이 제대로 앉기도 힘든 실정이고요.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묵묵히 체육관을 찾는 팬들과 열심히 뛰어 주는 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외국에선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갖춘 초현대식 체육관으로 가족 나들이 가는 게 큰 즐거움이라더군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만 해요. 우리도 틈만 나면 시장님 같은 높은 분들이 경기장 신축을 약속하긴 하던데, 언제나 번듯한 체육관 한번 가질 수 있을지….
어르신들 새해에는 한번 기대해 봐도 될까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