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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승교수의미디어월드]온-오프라인 뉴스통합의 단면

입력 | 2005-12-21 03:02:00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 통합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해프닝이 최근 미국에서 벌어졌다.

댄 프룸킨은 워싱턴포스트의 뉴스사이트 ‘워싱턴포스트-뉴스위크 인터랙티브(WPNI)’에 ‘백악관 브리핑’이라는 칼럼을 쓰는 온라인 저널리스트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의 옴부즈맨인 데버러 하월이 11일, 칼럼의 제목 때문에 독자들이 프룸킨을 백악관 출입기자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는 종이신문 기자들의 주장을 전하면서 이에 동의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얼핏 칼럼 제목만 바꾸면 해결될 것 같은 문제로 보이지만 디지털 저널리즘론자들은 들끓고 있다. 미디어블로그 버즈머신(BuzzMachine)의 운영자 제프 자비스는 이를 “논리 부재의 오만한 영역 욕심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고 세계편집인포럼의 ‘에디터스 웨블로그’는 “디지털 뉴스의 전형인 프룸킨의 칼럼 제목을 바꾸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온-오프라인 뉴스를 놓고 벌어지는 두 기자 집단의 갈등 요소는 다양하다. 우선 뉴스 담론의 차이다. 종이신문 기자들은 프룸킨의 글이 급진적이며 지나치게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론의 차이는 담론 구축 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프룸킨은 다른 사람의 글로 연결되는 링크들을 모아놓고 이들을 분석하면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추론해 낸다. 종이신문 기자들은 이는 종이신문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고 프룸킨을 백악관 출입기자로 오해하게 되면 종이신문 워싱턴포스트의 권위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디지털뉴스 쪽에서는 이런 종이신문 기자들의 주장에 대해 “시민으로부터 저널리스트를 분리시키는 요새(要塞) 저널리즘(fortress journalism)의 닫힌 구조”라고 비난할 것이다.

다음은 뉴스 생산 관행에 내포된 영역과 권력의 문제다.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은 이번 사건이 백악관이라는 출입처에 대한 관할권과 그 관할권 뉴스에 대한 독점권을 고집하는 종이신문 기자들의 반발이라고 주장한다. 종이신문 기자들은 종이신문의 보완적 존재에 불과한 온라인 칼럼니스트 프룸킨에게 출입기자의 위상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뉴스콘텐츠 가치에 대한 대립이다. 종이신문 기자들은 이런저런 정보들을 끌어 모아 만든 글은 독창성이 없어 뉴스로서의 자산적 가치가 없다고 본다.

온-오프라인 뉴스 통합을 추진하는 언론사들은 뉴스 조직의 재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핵심은 조직을 움직이는 기자다. 한 사람의 기자가 온-오프라인 뉴스 모두를 생산하는 멀티플 기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더욱 그렇다. 프룸킨 사례는 한 기자가 성격이 다른 뉴스 담론과 그 담론 구축방식 모두를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 준다. 복잡한 뉴스 생산 관행들의 화학적 결합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