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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수화]‘환경 공공재’ 숲의 블루오션을 찾자

입력 | 2005-12-23 03:04:00


‘블루오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경쟁 없는 영역을 선점해 발전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논지가 누구에게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블루오션을 ‘창조적 잉여를 창출하는 신규 공간’이라고 한다면 역사상 숱한 지리적 이동과 탐험이 이러한 생각에 기초한다.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한 예도 미답의 공간이 주는 유혹을 좇은 결과일 터이고,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이나 실크로드의 개척,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블루오션으로 봤을 때도 그렇다. 많은 선지자가 미래를 예언하고 기약한 것도 사실 ‘오늘’이 아닌 ‘내일’이라는 시간적 영역에 생존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보인다.

공간이나 시간의 이동을 통한 경제적 잉여의 창출 외에도 가치 변환에 의한 블루오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 시대를 이끈 가치는 항상 도전받았고, 도전에 따른 응전이나 타협은 곧 가치의 이동 또는 변혁을 의미했다.

결국 블루오션은 공간이나 시간 또는 가치 이동에 따라 이제까지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지금 블루오션과 그 창출에 대한 논의가 새삼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25개 언어권과 100개국에서 번역 계약이 체결됐다는 김위찬(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저서 ‘블루오션 전략’이 가지고 있는 미덕 덕분이다. 저자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블루오션의 유무나 중요성은 간단히 언급하면서 블루오션 창출에 필요한 분석의 틀과 도구를 상세히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미덕이 기업경영 차원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략 캔버스, 구매자 효용성 지도 등 블루오션 전략의 체계화와 실행에 사용되는 핵심 도구들은 개인이나 국가의 가치관 정립이나 경쟁력 강화에도 유용하다.

두 번째 이유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획기적인 지렛대나 나침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저자의 현실 인식에 각계각층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문(愚問) 한 가지. 도대체 블루오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자는 어디에나 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려는 전략적 이동으로 가치 혁신을 이룰 때 블루오션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경청할 만한 주장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숲에도 블루오션이 있다고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때마침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 우려로 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방제뿐만 아니라 숲을 바라보는 시각도 전환해 보자.

숲은 공간적으로 새로운 영역이다.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답의 지역이다. 시간적으로도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분야다. 나무를 심고 가꾸며 이용하는 일은 장기적인 관점을 요구한다. 숲은 환경·생태적으로 잘 가꾸기만 하면 누구도 추가비용 없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공공재와 같다. 나아가 숲은 새로운 가치의 산실이다. 각박한 경쟁으로부터의 지친 생존을 감싸안고 보듬는 휴양·교육·문화적 가치가 그것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 지속 가능한 발전, 지속 가능한 삶을 창출해낼 수 있는 공간적·시간적·가치적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어떤가, 이런 생각을 머리에 담고 자연의 선물인 피톤치드를 마시러 행장을 차려볼 만하지 않은가. 선인들이 푸른 바다와 같다고 한 푸른 산(靑山如海)으로.

이수화 산림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