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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프로가 뽑은 프로]문학

입력 | 2005-12-23 03:04:00


문인들에게 우리 문단 최고의 ‘고수(高手)’들을 물어보니 ‘최고의 시인’으로는 이성복, ‘최고의 소설가’로는 황석영, ‘최고의 평론가’로는 김윤식 씨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본보는 나이, 분야, 문학에 대한 견해를 고려해 선정한 현역 문인들을 상대로 최근 설문 조사를 벌였다. 설문 항목은 각 분야의 최고를 비롯해 모두 11가지였다. 이는 2003년 1월에 본보가 실시한 ‘프로들이 선정한 우리 분야 최고’에 이어 비슷한 설문을 가지고 두 번째 실시한 것. 각 항목에 자기를 추천한 문인은 한 명도 없었다.

설문에 응한 29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최고의 시인’으로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성복(53) 씨가 8번 추천을 받아 가장 많았다.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 씨는 시집 ‘아, 입 없는 것들’부터 ‘남해 금산’,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등의 시집을 펴냈다. 대부분의 시집을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내 ‘문지시인선’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2003년의 설문에서는 신경림 고은 김지하 씨 등 이른바 ‘창비 계열’ 시인들에 이어 4위를 차지했었다.

‘올해 가장 뛰어난 시들을 써낸 시인’과 ‘20대의 젊은 독자들을 감안해 앞으로 갈수록 사랑 받을 시인’을 묻는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문태준(35) 씨가 1위로 꼽혔다. 그는 지난해 시집 ‘맨발’을 내놓았으며 ‘시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이란 조사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뽑혔다. 올해 미당문학상을 받은 점도 문인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신예 시인 황병승(34) 씨는 두 항목에서 각각 4위, 3위로 꼽혔다. 그는 올해 첫 시집 ‘여장 남자 시코쿠’를 펴내 신세대의 강한 개성을 보여 주는 시인으로 주목 받았으며, 시집 역시 2쇄를 찍었다.

‘최고의 소설가’를 묻는 질문에는 2003년에 이어 황석영(62) 씨가 7번 추천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청준(66) 씨가 6번, 이문열(57) 씨가 5번 추천을 받았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한 작가’로는 김연수(35) 씨가 반수에 가까운 14번의 추천을 받았다. 그는 올해 작품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뒤를 이어 박민규(37) 김애란(25) 씨가 2, 3위를 차지했다. 올해 첫 작품집을 낸 신예인 김애란 씨는 차세대 유망 작가 1위로도 뽑혀 문단에서 주목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20대의 젊은 독자들을 감안해 앞으로 갈수록 사랑 받을 작가’를 묻는 설문에서 12번이나 추천된 것. 그녀는 지난달 한국일보문학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돼 주목을 받았으며 같은 달에 나온 첫 작품집 ‘달려라, 아비’는 이미 4쇄를 찍었다. 최근 한 달여 사이에 문단 내의 지명도가 급속도로 높아진 셈이다. 이어 작품집 ‘카스테라’를 펴낸 박민규 씨와 김영하(37) 씨가 각각 11번과 7번 추천을 받았다.

황석영 씨는 올해 들어 부쩍 관심을 모은 우리 본격 소설의 ‘한류(韓流)’ 가능성과 관련한 설문인 ‘앞으로 가장 많은 해외 독자를 확보해 나갈 소설가’를 묻는 항목에서도 가장 많은 13번을 추천 받았다. 그는 현재 영국에 체류 중이며 올해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작품 낭독회를 갖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이문열 씨는 현재 국내 문인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인 52종의 외국어 번역본을 갖고 있지만 이 설문에서 7번 추천 받아 3위에 머물렀다. 2위는 김영하 씨였다.

최고의 문학평론가를 묻는 질문에는 원로 평론가인 김윤식(69) 명지대 석좌교수가 8번 추천으로 1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세대인 유종호(70) 연세대 특임교수, 김우창(68)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67)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각 4번 추천 받아 그 다음이었다.

한편 공정한 문학평론가를 묻는 질문에는 유종호 교수가 6번 추천 받아 가장 많았으며, 서영채(43) 한신대 교수가 2번 추천 받아 그 를 이었다.

올해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한 평론가로는 정과리(47) 연세대 교수가 8번 추천 받아 1위였다. 그는 3월 평론집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을 펴냈으며 올해 대산문학상, 김환태 평론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뒤로 김형중(39), 서영채 씨가 각각 4번, 3번 추천 받았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가장 마음에 드는 출판사’를 묻는 설문에는 민음사가 8번 추천받아 1위를 차지했다. 2003년에는 문학과지성사와 창비사가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4위와 2위였다. 이번 조사에서 3위는 문학동네였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가나다순)▼

▽평론가=강유정 권성우 김동식 김성곤 방민호 서영채 임우기 진형준 최강민 최원식 하응백

▽시인=곽효환 김민정 김종해 문정희 문태준 안도현 오세영 이동순

▽소설가=김탁환 방현석 복거일 서하진 정도상 조성기 차창룡 하일지 한승원 함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