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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한류 DNA 0.00586%의 힘

입력 | 2005-12-23 03:04:00



○ 한국-일본인 유전자 차이 거의 없어

‘한국 사람들은 불평이 많아서 매달 휴대전화 신제품을 만들어 낸다?’

최근 TV의 한 광고는 한국인의 ‘나쁜 습성’으로 여겨지던 특징을 한국인의 ‘힘’으로 풀이했다.

‘경제력에서는 일본보다 못하며, 체력에서는 중국인보다 뒤진다’는 한국인이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이유가 있을까.

인간과 원숭이의 유전자를 비교하면 5% 정도 다르다. 오랑우탄과는 3.6%, 고릴라와는 2.3%, 그리고 침팬지와는 1.2%만 다르다.

인간 사이에도 동양인과 서양인은 불과 0.1% 차이가 난다. 동양인 중에서도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과 0.00586% 차이가 난다. 0.00586%의 DNA가 바로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생명의학부 조인호 박사는 “이런 미세한 유전적 차이가 외형이나 질병저항성 등의 차이를 낳는다”며 “한국인만이 가진 ‘한류 DNA’가 수천 년간 환경에 적응하며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 의성어 의태어 발달… 감수성 뛰어난 드라마 만들어

단국대 생물과학과 김욱 교수는 최근 조선족, 만주족, 베트남인, 일본인 등 동아시아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한국인의 기원을 추적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40%가량은 남방 기원, 60%는 북방 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 풀이 섞여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건강한 집단으로 만들어졌다”며 “이런 ‘잡종강세’가 한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는 공통적으로 뇌에서 영상 처리를 담당하는 브로드만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개굴개굴’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연못가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가 하나의 장면처럼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국대 인문학부 채완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어에서 의태어는 2196개가 있다. 반면 영어나 프랑스어에는 ‘의태어’라는 용어조차 없다.

고려대 인지신경과학연구실 한종혜 연구교수는 “수천 개에 달하는 한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는 한국인의 뇌를 텍스트 파일에서 그림이나 동영상 파일로 변환시키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시켰을 것”이라며 “한국인의 독특한 감수성을 대변하는 드라마의 인기 비결 중 하나가 한국어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 북방계 조선무다리+남방계 순발력=골프 천재형

요즘 세계 여자 골프에서는 한국인을 빼놓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한서대 미용학과 조용진 교수와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과 안용규 교수는 한국체육대에 재학 중인 여자 골프 선수 중 각각 소질이 다른 3명의 신체를 등고선 촬영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북방계와 남방계의 신체해부학적인 특징이 섞여 골프에 유리한 체형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아리가 아래에 붙어 있어 근력이 좋아 장타에 강한 ‘조선무 다리’는 북방계에서, 다리가 곧아 순발력이 좋고 드라이브에 유리한 체형은 남방계에서 기인했다. 조 교수는 “김초롱과 박희정 선수가 이런 체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학동아 2006년 1월호는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인의 지성, 기술력, 체력 등을 과학적으로 해부하고 이를 통해 한류의 원인을 찾아보는 특집기사를 소개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