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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 이민법 처리 놓고 ‘시끌’

입력 | 2005-12-23 03:04:00


“언젠가는 ‘미국 원정 출산’이란 말이 사라질지도?”

지금 미국 하원에는 이민국적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불법 이민자는 모두 형사범죄자로 간주해 추방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법안이다. 더구나 의회 회기가 23, 24일 이틀밖에 남지 않아 과연 표결에 들어갈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기본적으로 남미계 불법 이민자를 타깃으로 한 법안이지만 한국 사람들도 법안의 추이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법안 내용 중에 ‘부모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면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도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법안대로라면 앞으로 자녀를 미국 시민으로 만들기 위한 ‘원정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톰 탠크레도, 제프 플레이크 의원 등 ‘이민개혁 코커스’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 92명(전체 하원은 435명)이 문제의 ‘시민권 자동 부여(birthright citizenship) 폐기 조항’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쉽사리 통과된다고 점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미국의 수정헌법 14조(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해 미국의 사법권에 들어온 사람은 미국 국적을 준다)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정헌법은 1868년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미국 국적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버지니아 주에서 활동하는 전종준 변호사는 “설사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원에서 위헌 판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 때문인지 이민개혁 코커스의 회장인 탠크레도 의원실 관계자는 22일 “법안 표결이 강행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하지만 관심은 이번 법안이 미국의 ‘시민권 자동 부여’ 조항 폐지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점이다. 이른바 서방국가 가운데 태어난 곳이 어디냐에 따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멕시코뿐이다. 서유럽 국가는 20세기 중반에 속지주의를 폐기했다.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내년 3월인 워싱턴의 한 한국 연수생은 “내가 봐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지만 이번 이민국적법 논란이 장기적으로 ‘시민권 자동 부여’ 조항 폐기 논의를 확산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