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눌러쓴 黃교수22일 오전 11시경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 위해 연구실로 들어서고 있다. 황 교수는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평소 이용하는 5층 현관 대신 처음으로 연구실로 연결된 통로 쪽의 쪽문을 이용했다. 홍진환 기자
2005년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사이언스 논문을 근거로 진행돼 온 국내 연구가 사실상 중단됐다. 또 이 논문을 근거로 제출된 논문들도 게재 취소 등 각종 불이익을 당할 처지다.
고려대 K 교수는 올해 초 황 교수팀에서 분양받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주를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K 교수는 파킨슨병에 걸린 실험용 쥐에게 신경세포를 주입하는 임상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에서 체세포 배아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최초의 실험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K 교수는 결정타를 맞았다. MBC PD수첩이 황 교수팀의 연구에 의혹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직후 황 교수팀이 K 교수에게 분양한 줄기세포주를 모두 회수해 간 것. 이 때문에 1년 가까이 진행되던 실험이 모두 중단됐다.
K 교수는 “연구원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내년 초에 유명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이 취소되면 이 논문을 근거로 준비한 논문도 한꺼번에 날아갈 수 있어 정말 걱정이다”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K 교수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신경세포 또는 당뇨병 치료를 위한 췌장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2000∼200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주 등록 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또 서울대 C 교수는 11월경 황 교수팀에서 줄기세포주를 분양받아 당뇨병 치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그는 “다른 연구팀에서 냉동수정 배아줄기세포를 받아서 연구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황 교수팀의 논문을 근거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한양대 J 교수는 요즘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황 교수팀의 자료를 토대로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은 엄격한 윤리 절차를 거쳤다는 내용의 논문을 11월 미국생명윤리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황 교수팀의 난자 기증 과정을 공개해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황 교수팀의 논문이 허위라면 이 논문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J 교수는 “개인적으로 논문을 철회했으면 좋겠는데 공동 저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으며 학회 쪽에서 일부 수정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황 교수팀의 2004년 논문을 윤리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를 3월로 늦출 수밖에 없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