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16강전 한국-이탈리아 연장전에서 안정환(왼쪽에서 두 번째)이 수비수 말디니를 제치고 골든 골을 날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축구 골은 주로 어디에서 터지는가. 그것은 대부분 골문 정면 중앙에서 터진다. 2002 한일월드컵 골 중 90%가 골문 앞 중앙에서 날린 것이다(그림 참조). 특히 골 에어리어(5.5×11m)와 페널티 에어리어(16.5×33m) 사이 중앙 정면에서 터진 골이 53%나 된다(골 에어리어 안에서 터진 골 22%까지 합하면 75%). 그만큼 그 지역은 사각지대다. 노련한 수비수들은 그 지역을 미리 선점해 상대 공격수의 활동 공간을 없애버린다.
2002월드컵 한국-이탈리아 16강전 연장 후반에 터진 안정환의 ‘헤딩 골든 골’도 바로 골 에어리어 오른쪽(골대로부터 약 6m 지점)에서 터졌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백전노장 수비수 파울로 말디니(37·AC밀란)의 어이없는 실수였다. 그 지점은 절대위험지역으로 수비수들은 당연히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야 했다. 만약 말디니가 그 지점을 먼저 확보하고 있었다면 안정환은 ‘점프 헤딩슛’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디니는 뛰어 들어오는 안정환을 보고서야 황급히 다가갔지만 이미 공은 안정환의 머리에 닿은 뒤였다.
경남FC 골키퍼코치인 신의손(본명 에브게니 사리체프·45)은 말한다. “한국은 정말 운이 좋았다. 말디니는 키가 186cm이고 안정환은 177cm인데 말디니가 만약 그곳을 선점하고 있었다면 안정환은 러닝점프를 못했을 것이며 공도 말디니의 머리에 먼저 닿았을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골키퍼는 잔루이지 부폰(27·191cm·유벤투스). 그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 선정 ‘최고의 골키퍼’ 부문에서 2003년과 2004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파. 그런 그도 안정환의 골을 막지 못했다. 신의손은 “골키퍼가 전 분야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아마 부폰은 노련한 말디니를 믿고 상대적으로 다른 지점에서의 슛을 막는 데 더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다. 골을 분석해 보면 축구를 알 수 있다. 최근 2년간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의 A매치 경기 내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총 148골 중 75%가 골대로부터 9.15m 이내에서 이뤄졌다. 148골 중 오른발 슛 55%, 왼발 슛 33%, 헤딩 슛 12%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경기가 일단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었을 때의 골 득점이 40∼50%나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골의 66%가 양쪽 골대로부터 1.8m 사이와 골대 66cm 아래로 통과했고 80%가 골대 중간(122cm) 아래로 지나갔다. 단지 4%만이 골대 위쪽(183∼244cm)으로 통과했다. 약 35%의 골이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39%가 왼쪽으로 골인됐으며 골문의 중앙 부근으로 26%가 골인됐다. 전체 골문을 중심으로 봤을 때 총득점의 46%가 골키퍼 오른쪽, 54%가 골키퍼 왼쪽으로 골인됐다. 득점할 때까지의 패스는 3회 이하가 90%를 넘었다.
우리는 골 분석을 통해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팀과 경기할 때 참고할 점을 추려 낼 수 있다. 토고 선수들도 대부분 유럽리그에서 뛰므로 사실상 유럽스타일일 수밖에 없다.
첫째, 유럽 팀들의 득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중장거리 미사일 슛보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나 골 에어리어 안에서의 짧은 슛이 대부분이다. 결국 세밀한 패스를 통해 이뤄진다.
둘째, 왼발보다 오른발로 슛을 하는 선수가 많다. 셋째, 골키퍼는 공중 볼보다 골대 중간 아래로 오는 오른발 슛을 조심해야 한다. 넷째, 경기가 일단 끊겼을 때는 딴 생각을 하거나 한눈을 팔지 말고 더욱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상대가 득점할 때까지의 패스는 한두 번에 걸친 스루 패스가 대부분이다. 거꾸로 우리가 슛을 할 때도 여러 번의 패스보다는 한두 번의 패스가 훨씬 효율적이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