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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어째 이런일이…” 2005 스포츠 해프닝 10선

입력 | 2005-12-27 03:00:00

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포츠에는 승부 외에도 또 다른 흥행 요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해프닝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2005년 스포츠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황당한 사건 중 10가지를 간추려 봤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미셸위, 눈물의 프로 신고식▼

‘천만장자 골프 소녀’ 미셸 위(위성미·16)는 10월 17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혹독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100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한 뒤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4위를 차지했지만 전날 3라운드 7번홀(파5)에서 드롭을 잘못한 게 뒤늦게 지적되면서 실격 처분을 받는 수모를 겪은 것. 5만3126달러(약 5300만 원)의 상금도 물론 날아가 버렸다. 화려한 신고식의 꿈이 깨진 미셸 위는 기자회견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박명환 ‘양배추 투구’ 논란 외신타고 화제▼

투수 박명환(28)은 모른다. 그래도 ‘양배추 투수’는 안다? 프로야구 두산 투수 박명환은 초여름 ‘양배추 투구’로 미국 전역에 소개됐다. 6월 19일 열린 두산-한화전. 평소 열이 많은 박명환은 아내 이호주 씨의 제안에 따라 모자 속에 얼린 양배추를 넣고 투구를 했다. 그러나 공을 던지던 어느 순간 양배추가 모자 밖으로 떨어져 나오고 말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규칙위원회를 소집해 심의했고, 결국 양배추를 야구규칙에서 금지한 이물질로 규정했다. 이 사실은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CNN과 스포츠위클리 등에 소개되면서 국제적인 화젯거리가 됐다.

▼“선수촌 문닫겠다” 폭탄선언▼

태릉선수촌 개촌 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촌장이 된 ‘탁구 여왕’ 이에리사(51) 씨. 그가 부임 3개월 만인 7월 “올 하반기 2개월 동안 선수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올해 선수촌에 배정된 훈련비는 98억 원. 45개 종목 120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105일 동안 입촌 훈련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는데 실제로는 턱없이 모자라 60억 원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촌장 인터뷰 기사(본보 8월 31일자 A24면)를 본 국민은행이 훈련비 5억 원을 기탁하자 대한체육회 등이 뒤늦게 나서 선수촌이 문을 닫는 일은 간신히 피했다.

▼아드보카트 “자가용은 안돼!”▼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를 직접 몰고 훈련장에 오지 말라”는 한마디로 대표팀 선수들이 대거 택시를 타고 모였다. 10월 7일 소집훈련을 실시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 스타 의식을 빼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김영광(전남)의 경우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올라온 뒤 택시로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 훈련장에 입소했다. 조원희(수원)도 서울 잠원동 집에서 택시비 3만5000원을 들여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태환, 터치미스로 金날려▼

“어이구, 또 실수했네.” 수영 기대주 박태환(16·경기고)은 11월 2일 마카오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전에서 스타트부터 줄곧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그는 막판 방심해서 팔을 죽 뻗지 않고 터치판을 두드리는 바람에 0.05초차로 중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박태환은 전혀 기죽지 않고 나흘 뒤인 6일 자유형 400m에서 기어이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심판 모두 볼카운트 착각▼

볼카운트는 누구나 착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타자와 심판, 그리고 투수와 포수까지 동시에 모두 착각한다면? 4월 22일 열린 두산과 기아의 경기. 9회 타석에서 두산 2년차 김재호(20)는 볼카운트 2-3에서 6구째 공을 잘 골랐다. 당연히 볼넷이었지만 본인을 비롯해 심판, 그리고 상대 배터리까지 모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경기는 속행됐고 7구째에 김재호는 안타를 쳤다. 그렇지만 곧바로 기록실에서 정정 요청이 왔다. 이미 볼넷이었기 때문에 안타는 무효라는 것.

▼‘반칙왕’오노에 계란 세례 없어▼

10월 3일 인천국제공항 주변에는 1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사뭇 분위기가 삼엄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해 ‘반칙왕’으로 찍혔던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23)가 제2차 쇼트트랙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입국하기 때문.

오노는 그 사건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안전문제’를 이유로 참가를 거절해 왔고 이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해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에게 오노는 반쯤 잊혀진 인물이었고 오노는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한 뒤 웃으며 한국을 떠났다.



▼거구 용병 체중계 다운 시켜▼

프로농구 KTF 외국인선수 나이젤 딕슨(25)은 11월 한국농구연맹(KBL)이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사고’를 쳤다.

체중 140kg까지 잴 수 있는 저울에 올라가 고장을 내버린 것.

딕슨의 몸무게는 150kg을 넘어 체중계가 소화할 수 있는 한계치를 뛰어넘었다.

딕슨이 또 미국에서 덩크슛을 하다 백보드를 깨뜨린 과거 때문에 KTF와의 경기를 앞둔 국내 각 구단에선 비상용 예비 농구대를 점검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축구천재의 여친은 ‘굼벵이’?▼

“무슨 골 세리머니가 저래?” ‘축구천재’ 박주영(20·FC 서울)은 4월 24일 대전 시티즌전 후반 16분 골을 터뜨린 뒤 해석이 불가능한 속옷 세리머니를 펼쳐 축구팬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박주영이 속옷에 ‘지저스 이즈 크라이스트(Jesus is Christ·예수는 구세주)’라는 종교적 글귀를 써 넣은 것까지는 이해가 됐지만 하트 모양 안에 애벌레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게 수수께끼였다.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얼마 뒤 애벌레는 여자친구로 밝혀졌다. 박주영의 여자친구 애칭이 ‘굼벵이’. 결국 속옷 세리머니는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의 표시였던 것.

▼감독 머리끝에 올라선 프런트▼

‘맹장’으로 유명한 프로농구 KT&G 김동광 감독이 한 프런트 직원과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갈 뻔했다. 사연은 이랬다. 김 감독은 12월 11일 연고지 안양시의 시장이 주재한 회식 자리에서 구단 직원이 자신의 전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며 말다툼을 벌여 와 감정이 상해 멱살을 잡기에 이른 것. 문제가 된 직원은 술에 취해 실수했다고 말했지만 감독의 고유권한인 작전에 대한 언급은 지나친 월권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농구코트에는 오랜 금언이 하나 있다. ‘프런트가 설치는 구단 치고 잘되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