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야금이 중국 쟁을 모방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고대시대에도 가슴에 품고 연주하는 가야금 형태의 현악기가 있었습니다. 국악기를 복원하고 개량하는 일이 침체된 국악계에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퓨전 국악’의 원조격인 천익창(54) 씨가 1200년 전의 가야금인 신라금(新羅琴)에 이어 신석기 시대 현악기를 복원해 공개 전시회를 여는 중이다.
전시장은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 있는 천 씨의 16평 아파트. 그는 ‘천익창연구소’라고 부른다.
거실과 방에는 전통 가야금의 절반 크기인 신석기 현악기와 신라금 등 복원악기와 전자가야금, 23현 가야금, 10현 아쟁 등 개량 악기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천 씨가 개량하고 복원한 악기 외에도 자신이 젊은 시절부터 연주한 전자 오르겐, 피아노, 바이올린 등 서양 악기가 있다.
22일엔 음대 입시생들이 전시물을 보고 천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천 씨는 “오른쪽 3개 손가락만 사용하는 전통 가야금과 달리 개량 가야금은 10개 손가락 모두로 연주할 수 있다”며 “개량 악기는 국악은 물론 대중가요, 팝송, 클래식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어 국악계에서 변종 취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악계에선 이단아이지만 대중적인 인기도는 높은 편이다.
1970년대 초부터 개량악기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고, 수제자인 아들 새빛(18·고2년) 군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현란하게 연주해 왔다.
밤무대에서 전자 가야금을 연주하다가 1990년 이후 국내외 순회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내년 1월 28일엔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공연장에서 설날맞이 연주회를 펼칠 예정이다.
“20대 때 미8군 음악밴드에서 일하면서 가야금을 서울 동대문 근처 학원에서 배웠지요. 1973년 받침대(스탠드)와 음향 증폭장치를 부착한 개량 가야금으로 밤무대에서 첫 연주했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천 씨는 서양 오선악보와 한자 악보인 ‘정감보’의 장점을 살린 ‘삼선보’를 1980년 초에 창안했다.
그의 악보이론은 1992년 ‘삼선보 이론에 의한 세계 민속음악’이란 단행본으로 정리돼 있다.
그는 “정확한 음만 표시한 오선악보는 동양의 선율을 표현할 수 없고 정감보는 겹치는 소리(화성)를 표시하지 못한다”며 “개량 국악기에 적합한 삼선보로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홈페이지(my.dreamwiz.com/hyc53)에 개량 국악기, 연주법, 연주곡을 자세히 소개했다.
박희제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