鳥는 갑골문에서 부리, 눈, 꽁지, 발을 갖춘 새를 그렸다. ‘설문해자’에서는 꽁지가 긴 새의 총칭이 鳥라고 했으나, 꽁지가 짧은 두루미(鶴·학)에 鳥가 들었고 꽁지가 긴 꿩(雉·치)에 추(새 추)가 든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소전체에 들면서 눈이 가로획으로 변해 더욱 두드러졌고, 예서체에서는 꼬리가 네 점(화·火·불 화)으로 변했다. 鳥에서 눈을 없애 버리면 烏(까마귀 오)가 된다. 烏는 눈이 없어서가 아니라 몸이 검은 색이어서 눈이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까마귀는 다 자라면 자신을 키워 준 어미에게 먹이를 갖다 먹이는(反哺·반포) 효성스러운 새(孝鳥·효조)로 알려져 있다.
새는 하늘과 땅 사이를 마음대로 오가는 영물로, 하늘의 해를 움직이게 하는 존재로, 바람을 일으키는 신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래서 다리가 셋 달린 三足烏(삼족오)가 태양에 등장하고, 장대 위에 나무로 만든 새를 앉힌 솟대를 만들기도 했다. 바람을 일으키는 전설적인 새를 말하는 鳳(봉새 봉)은 鳥에 소리부인 凡(무릇 범, 帆의 원래 글자)이 더해졌는데, 돛(帆)이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대표적 장치였음을 고려한다면, 凡도 의미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風(바람 풍), 朋(벗 붕), 鵬(붕새 붕) 등은 모두 鳳과 같은 자원을 가지는 글자들인데, 風은 鳳의 鳥가 (충,훼)(벌레 충)으로 대체되었고, 朋은 원래 붕새의 날개를 그렸으나 ‘벗’이라는 뜻으로 가차되자 鳥를 더해 鵬으로 분화했다.
또 鳴(울 명)은 새의 입(口·구)에서 나오는 ‘지저귐’을, 島(섬 도)는 바다 위로 뫼(山·산)처럼 솟은 바위 위에 앉은 새(鳥)를 형상화했다. 鶴(학 학)은 높이 나는((각,혹,확)·각) 새(鳥)를 뜻하며, 鴻(큰 기러기 홍)은 長江(장강)처럼 큰(江·강) 새(鳥)라는 뜻인데, 江은 원래 황하를 뜻하는 河(강 하)와 대칭되어 長江을 뜻하는 고유명사였으나 이후 河와 함께 ‘강’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변했다.
나머지 鴨(오리 압), 鵲(까치 작), 鷄(계·닭 계), 鷺(백로 로), 鸞(난새 난) 등은 모두 새의 이름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