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소개 안 된 해외 뮤지컬 중 마지막 남은 ‘대박’으로 꼽히는 ‘라이언 킹’(사진). 공연계 초미의 관심사인 이 ‘라이언 킹’을 과연 내년에는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내년 9월 서울 잠실에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을 여는 롯데 측은 “‘라이언 킹’을 개관작으로 유력하게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이라며 “이와 관련해 일본 극단 시키(四季)와 접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롯데 뮤지컬 사업추진실의 김승환 이사는 27일 “현실적으로 시키의 ‘라이언 킹’을 가지고 오는 것이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이 작품을 가장 경제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하지만 ‘라이언 킹’의 국내 공연 때 한국 연출가와 스태프 기용 및 참여 허용 등 우리 측이 요구 중인 조건과 시키 측이 내건 조건이 달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시키의 경우 한국인 배우 30명이 이미 활동하고 있어 한국어 공연도 가능하다. 또 현재 나고야에서 공연 중인 시키의 ‘라이언 킹’이 1월에 막을 내리기 때문에 무대 세트를 가져와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반면 ‘라이언 킹’을 국내에서 완전히 새로 제작할 경우 제작비만 2000만 달러(약 20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로 볼 때 경제성이 없다는 것.
롯데와 시키가 손을 잡을 경우 지난해 국내 공연계의 반발로 한국 진출을 포기했던 일본 최대 극단 시키는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의 개관작 공연을 통해 화려하게 국내 뮤지컬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한편 시키는 6월 MBC 및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어린이 뮤지컬 ‘벌거벗은 임금님’을 공동주최로 국내 무대에 올린다. MBC 문화사업팀 홍혁기 팀장은 “6월 시키의 서울 및 서울 근교 공연이 확정됐으며 장애인을 위한 무료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계에서는 이를 시키의 한국 진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지난해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시키의 한국 진출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공연계의 반발이 거셌던 점을 의식해 시키가 공익성 높은 무료 공연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연착륙’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애인을 위한 무료 공연도 시키 측이 먼저 MBC에 접촉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루어진 점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 또 시키는 나고야에서 공연 중인 ‘라이언 킹’의 1월 이후 공연 계획도 잡지 않고 비워 둔 상태다.
시키의 국제업무 담당인 장혁진 부장은 “롯데가 짓는 뮤지컬 극장에서 ‘라이언 킹’ 공연을 할지 여부는 검토 중인 사안일 뿐 현재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