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지휘봉을 잡았던 스탠 밴 건디(46) 감독은 최근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물러난다”며 시즌 도중 갑자기 사퇴했다.
올 시즌 170일 동안 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본 날은 49일에 불과했다는 게 그의 얘기. 부인과 네 자녀를 둔 그는 또 “열네 살 된 딸이 4년 뒤면 집을 떠나 대학에 다닐 텐데 그 때까지는 가까이서 보살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사퇴 배경에는 명장 팻 라일리 마이애미 사장의 감독 복귀 움직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NBA 휴스턴의 제프 밴 건디 감독의 형이기도 한 그는 사퇴 후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들과 함께 농구도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시즌이 한창인 국내 프로농구 감독과 선수도 스탠 밴 건디 감독과 동병상련의 처지다. 농구가 겨울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 생각이 특히 절실해지는 연말연시를 맞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6개월이 넘는 빡빡한 시즌에 훈련과 합숙이 반복되면서 허구한 날 외박하기 일쑤.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설 명절에도 경기는 쉴 새 없이 계속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조상님께 정성껏 차례를 지낸 적도 거의 없다.
삼성 조승연 단장은 “농구인의 업보”라고 말한다.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아예 ‘기러기 아빠’를 자원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가장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현실이니 만큼 차라리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해외로 보내는 것. 동부 전창진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임근배 코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농구인 가운데는 유난히 경기 용인시에 사는 사람이 많다. 프로 10개 팀 가운데 5개 팀 숙소가 용인에 있어 훈련이 끝나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족 얼굴을 보고 싶어서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프로농구가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한번 변할 세월이 흘렀지만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없는 농구인들의 현실은 예전 아마추어 시절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가족과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에 더욱 힘을 낸다. 농구 가족 파이팅!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