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로축구]“MVP 이천수”…73표중 41표 박주영 제쳐

입력 | 2005-12-29 03:01:00

이호 이천수 김병지 박주영(왼쪽부터) 등 올해 K리그 베스트11에 뽑힌 스타 선수들이 ‘2005 삼성하우젠 K리그 대상’ 시상식의 오프닝 행사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깜짝 모델로 변신했다. 외국인 선수 마차도는 브라질로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박영대 기자



“이천수!”

최우수선수(MVP)가 호명되자 이천수(24·울산 현대)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소감을 밝히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울먹이기도 했다.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5 삼성하우젠 K리그 대상 시상식.

“행복합니다”
2005년 프로축구 최우수선수(MVP)와 ‘베스트11’ 트로피를 양손에 든 채 웃고 있는 이천수. 박영대 기자

이천수가 이날 개표된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73표 중 41표를 얻어 올 신인왕 박주영(20·FC 서울)을 따돌리고 K리그 최고의 영예인 MVP(상금 1000만 원)를 차지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로 활약한 이천수는 2003년 7월 유럽의 빅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할 때만 해도 국내 최고의 스타였다. 하지만 이역만리 스페인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다른 팀으로 임대됐고 결국 올해 중반 울산으로 되돌아오는 아픔을 겪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축구에 전념하기보다는 딴 데 정신을 팔아 “저러다가 영원히 재기하지 못할 것”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당돌한 신세대’ 이천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형처럼 다시 빅 리그에서 뛰겠다”며 운동화 끈을 조였다.

8월부터 K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독기를 품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울산의 플레이오프를 주도했고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9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천수의 기록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7골 5도움.

컵 대회와 정규리그에서 18골 4도움으로 맹활약하며 2만여 관중을 몰고 다니며 프로축구를 활성화시킨 박주영의 활약상엔 비할 바 못된다.

하지만 이천수는 팀을 위해 한 몸을 던진 헌신적인 플레이와 팀을 우승시켰다는 공로가 인정돼 기자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천수는 “자칫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의 성원 덕분에 다시 도약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이제 다시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열심히 뛴 후배 주영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이천수 수상소감

―수상 소감은….

“정말 끝까지 내가 뽑힐 줄 몰랐다. 너무 좋았다. 엄마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났다. 하지만 기쁜 눈물이라 이런 눈물은 계속 흘리고 싶다. 주영이한테는 미안하다. 주영이가 나보다 기록은 더 좋았는데 내년 내후년 또 기회가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언제 가장 힘들었나.

“스페인에서 경기도 못 뛰고 사람들한테 욕먹을 때 힘들었다. ‘저런 아이 낳고 어떻게 미역국을 먹었느냐’며 부모님을 모욕하는 글들도 인터넷에 떴다. 그런 글을 볼 때는 ‘내가 왜 축구선수가 돼 부모님께 욕을 듣게 할까’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이렇게 MVP에 선정될 만큼 재기하게 돼 너무 기쁘다.”

―올해 좋은 활약을 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마음이 안정되니까 경기력도 좋아졌다.”

―고마운 사람은….

“부모님과 여자 친구가 정말 고맙다. 민경(예명 김지유)이는 경기장에도 찾아오고 힘들 때 항상 내 옆에 있어 줬다.”

―새해 계획은….

“내년에는 월드컵 등 큰 대회가 많다. 이번 상을 받아 자신감을 얻었기에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 이제는 스무 살 천방지축이 아니니까 앞으로 말도 조심하겠다.”

―해외 진출 계획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프리미어리그다. 첼시 같은 팀에 가고 싶다고 말해 욕먹은 적이 있지만 꿈은 얘기할수록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