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정도의 배우라면 손짓 발짓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경제활동이다. 또 매니저와 분장사 등 전속 스태프들은 유명 인사들이 이끄는 연관산업의 한 분야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의 유명 배우 톰 크루즈는 1981년 ‘끝없는 사랑’을 시작으로 올해 ‘우주 전쟁’까지 줄잡아 2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스크린 밖에서는 2차례 결혼과 이혼, 한 차례 약혼 그리고 여배우 1명과 염문을 뿌렸다. 신흥종교인 사이언톨로지의 열렬한 신봉자로도 꼽힌다.
일반적으로는 크루즈의 배우 활동이 본업이고 나머지는 사생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배우와 가수, 운동선수 등 유명 인사들의 ‘노동’은 이 모두를 포괄한다는 ‘유명 인사의 경제학’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유명 인사는 ‘현장 노동자’=그동안 유명 인사들을 경제적으로 분류하는 마땅한 이름이 없었다. 특정한 감정을 인위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감성 노동자’로 불리거나 ‘심미적 노동자’라는 명칭이 붙기도 했다. 유행을 만들므로 ‘이미지 노동자’라는 용어가 쓰인 적도 있다.
그러나 유명 인사들의 ‘노동’은 본업과 부업으로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없다. 이들의 노동은 단순히 연기나 노래 또는 운동이 아니라 이들이 ‘등장(appear)하는 활동’ 전체를 포괄해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크루즈가 약혼녀 케이티 홈스와 공개 석상에 나타나거나 사이언톨로지 종교 활동을 하는 것도 그의 ‘노동’이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조차 그의 ‘일’이 된다. 고객들이 크루즈의 이 모든 활동을 보고 즐거워한다는 점이 판단 기준이다.
▽21세기형 노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이 같은 ‘현장 노동’ 개념에 소스라칠 것이 분명하다. 스미스는 배우의 공연이나 가수의 노래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그 자리에서 돌아서면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곧 사라지고 마는’ 특징을 지닌 이 노동은 21세기 들어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유명 인사들이 노동한 결과물은 바로 유명 인사들 자신의 높아진 가치다. 이렇다보니 생산성을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빨리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최고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또 이 노동은 사생활을 돈과 바꿔 일반인의 볼거리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관 산업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영국에서는 유명 인사를 다룬 판매부수 상위 10위 이내 잡지와 대중매체의 독자만 모두 2300만 명에 이른다.
인기가 높은 유명 인사들이 저지르는 상상을 넘는 기행도 가끔 용인이 된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신인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악동 유명 인사’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유명 인사들의 미래가 장밋빛 일색이 아닌 이유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