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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숙종의 별장’ 북한산성 행궁 복원한다

입력 | 2005-12-29 03:01:00

경기 고양시 정동일 문화재 전문위원이 행궁 건립을 기록한 ‘북한지’를 들고 복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위 사진은 1904년 일본인 세키노 다다시가 펴 낸 ‘한국건축조사보고’에 실린 당시 행궁의 모습. 이동영 기자


《28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북한산성 안쪽의 행궁지(行宮址)는 눈에 덮여 이곳이 경기도 문화재 제160호라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멀리 동장대를 바라봤던 전각의 흔적인 주춧돌 수십 개와 말라 버린 우물, 조선 중기의 기와 파편, 30m가량 남아 있는 담장 등은 과거 이곳이 3000여 평 규모의 임금 별장 격인 행궁터였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1915년 폭우로 건물이 흔적도 남지 않고 무너져 내린 이후 복원되지 않던 이 행궁지의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기도, 고양시 등 해당 행정기관 관계자들은 최근 이재오(한나라) 의원 주도로 현장에 모여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필요한 행정절차를 밟아가기로 합의했다.

조선시대 수도권의 행궁 중 수원 화성은 복원을 마쳤고 남한산성 행궁은 80%가량 복원 작업이 끝난 데 비해 북한산성 행궁은 아직 발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산성과 행궁의 건립 과정이 기록된 북한지(北漢誌)와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숙종 때 북한산성이 건립되면서 행궁도 만들어져 세 차례 숙종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행궁지가 경기도 문화재라 중앙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법적으로 불가능해 사적으로 높여 지원이 가능하도록 행정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 이후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일제강점기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남아 있을 뿐 당시 원형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없어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전적 의미의 복원은 어렵기 때문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어떤 방향으로 행궁을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정동일(40) 문화재 전문위원은 “북한산 내에 산성과 행궁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재가 존재했음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행궁이 복원되면 북한산이 문화재의 보고(寶庫)로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