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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압과 과격시위는 오십보백보?”

입력 | 2005-12-29 11:44:00


시위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의 책임문제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허 청장의 잘못을 따지려면 폭력시위를 벌인 농민시위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허준영 청장은 29일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집회에서 숨진 전용철(43)ㆍ홍덕표(68) 씨 사건’과 관련해 사의를 공식표명했다.

지난 27일 허 청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시민ㆍ사회단체, 농민단체에서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졌기 때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허 청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농민단체는 지난 28일부터 경찰청사 앞에서 허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과 달리 인터넷에서는 “경찰도 잘못했지만 그들을 탓하기 전에 폭력시위를 한 농민시위대도 반성하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경찰과 함께 농민시위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

당시 집회에서 농민시위대는 술병을 던지는가 하면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경찰을 위협했고 경찰 차량 19대를 불태우기도 했다.

또 지난 17일 홍콩에서는 한국 농민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원정시위에서 현지 경찰과 충돌해 현지에서 1000여명이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 “농민 스스로 반성하고 평화적 시위방안 모색하자”▽

이를 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ID ‘송미현’은 ‘농민, 그대들은 무죄?’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망까지 이르게 한 경찰의 과잉진압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농민은 경찰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농민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면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타깝네’도 “농민은 경찰의 과잉진압 전에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며 “폭력시위는 폭력으로 밖에 진압할 수 없다. 농민은 경찰만 탓하지 말고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민시위대의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서울시민’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농민의 과격시위는 오십보백보다. 농민 지도부도 물러나야 한다”며 “최소한 나이 많은 분들을 시위 전면에 세우지는 않았어야 했다. 시위대 지도부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고 말했다.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농민시위대가 시위 도중 술을 마시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음주를 통제하지 않은 지도부를 비난했다.

스스로를 회원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임원들은 사과 성명없이 국가만 원망하고 있다. 바로 당신들이 두 농민의 생명을 앗아간 것을 아느냐”며 “노인들을 앞세웠던 과격시위였다. 앞으로 몇 번 대형사고가 나고 대통령이 또 사과를 하면 우리나라는 농민 세상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회원도 “지도부는 두 농민의 죽음에 직ㆍ간접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라”며 “앞으로 우리는 냉정하고 평화적인 시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 국민은 통제되지 않는 과격 시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과반수 넘은 “허 청장 사퇴할 필요는 없다” ▽

또한 경찰청 자유게시판에는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사진이 게시되며 “허 청장이 사퇴할 필요는 없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최봉학’은 “시위대가 애꿎은 경찰에게 쇠파이프와 죽창 등을 휘두르는 것을 TV에서 봤다”며 “농민의 사망은 마음 아프지만 이런 일로 경찰의 총수가 물러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왜 사망사고만 생기면 무조건 공권력이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라는 식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며 “두 농민의 죽음은 분명 과잉진압 한 경찰의 책임이다. 최고 명령권자인 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몇몇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허 총장의 사퇴문제를 놓고 28일부터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29일 현재 사퇴를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어서고 있다.

‘야후’는 29일 오전 9시 현재 전체 1만228명의 응답자 중 64%(6604명)가 ‘남은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34%(3543명)이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81명)에 그쳤다.

‘네이버’에서는 전체 7377명의 응답자중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61.98%(4572명)이고 ‘사퇴해야 한다’는 38.02%(2805명)이다.

동아닷컴에서는 총 8659명의 응답자중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66.31%(5742명)에 달했다.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32.75%(2836명)이고 ‘잘 모르겠다’는 0.94%(81명)이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