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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가래 없애주기

입력 | 2005-12-30 03:06:00


“그렁, 그렁, 그르렁….”

며칠 전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지원이의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괜히 무안해졌다. 심한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노인에게서 나올 만한 소리가 갓난아기에게서 나오니 말이다.

하긴, 듣기에도 끈적한 가래가 꽉 차 있는 듯한 숨소리에 내 가슴도 답답해졌다. 어른들이라면 ‘퉤’하고 뱉어버릴 수 있겠지만 지원이는 그러지도 못하니….

“우리 애 가래 좀 뽑아주세요”라며 병원에서 콧물 흡입기로 가래를 뽑아 달라는 엄마들 심정이 이해가 간다.

겨울철에는 지원이처럼 가래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 많다. 감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집안이 건조하면 가래가 호흡기에 달라붙어 배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해진다.

가래가 나오는 것은 호흡기 점막의 더러운 먼지나 바이러스, 세균 등을 제거하는 물걸레질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가래가 지나치게 많거나 끈끈하면 기관지를 막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래가 잘 배출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끈끈한 가래는 묽어지면 잘 배출되므로 가습기를 이용해 집안 습도를 높여 준다. 가습기는 겨울철 호흡기 질환의 치료 도구로 활약을 많이 한다. 좀 큰 아이들이라면 물을 자주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계란을 쥔 것처럼 가볍게 손바닥을 오므려 아기의 등을 탁탁 두드려 주면 기관지 벽에 붙은 가래가 진동에 의해 떨어져 가래 배출이 쉬워진다. 아기의 등을 두드릴 때는 손목만 사용해 가볍게 ‘통통통’ 쳐야 한다. 등이라고 하면 등 한가운데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가슴의 뒤쪽 전체를 의미한다. 지원이를 옆으로 누워서 재우거나 수유쿠션의 일종인 ‘맘마대’에 거꾸로 눕혀 머리 쪽을 낮게 해주는 체위거담법도 도움이 됐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비상약이 있지만 기침가래시럽은 가지고 있지 않다. 시중에 유통되는 기침가래시럽에는 가래를 묽게 만드는 거담제 외에 기침을 줄여 주는 진해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래가 끓을 때 나는 기침은 가래를 배출하는 생리적인 반사작용인데, 진해제는 이를 막아 도리어 질병이 심해질 수 있다.

기침, 가래가 심하면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고 진해제와 거담제를 구분해서 처방받아 먹이는 게 더 낫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