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최정규(崔晸圭·40) 디렉터는 1990년대 중반 모 은행 간부들 앞에서 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잊지 못한다. “2000년에는 국내 은행 가운데 ‘빅4’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당신 몇 살이냐” “돈 받아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핀잔만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80도 달라졌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행사마다 그는 초청 1순위에 오른다. 경제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다.》
21세기 한국 사회에 새로운 파워엘리트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와 경제 권력에 국한됐던 기존 한국 파워엘리트의 지형도(地形圖)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전망이다.
이들 파워엘리트는 대부분 30, 40대로 이제 막 파워를 갖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일보는 자문교수단과 함께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파워엘리트 20여 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외국계 컨설턴트를 1회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파워엘리트들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등장해 파워를 얻어 가는지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새 파워엘리트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디지털, 소프트, 퓨전, 네트워크 등 5가지.
외국계 컨설턴트나 국제변호사가 새로운 파워엘리트로 등장한 것은 한국 사회가 급격히 개방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는 여기에 기폭제가 됐다.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컴퍼니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들은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국내 대기업의 경영전략 수립은 물론 굵직한 인수합병(M&A)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 새로운 파워엘리트는 국제 감각을 갖추고 있는 데다 다양한 가치가 혼합된 유연한 사고를 하며,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 안에서 역량을 키워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