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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래로 미래로]미국의 샌안토니오

입력 | 2006-01-02 03:00:00

샌안토니오의 도심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리버워크는 시민들의 삶과 강이라는 자연조건을 그물처럼 엮는다. 리버워크를 따라 쇼핑몰과 금융가 호텔 박물관이 들어서면서 강은 샌안토니오 시민들의 경제활동과 문화생활에 생기를 실어나르는 혈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샌안토니오=조인직 기자


샌안토니오의 발전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샌안토니오 강의 역사와 함께한다. 처음에는 단지 반복되는 홍수를 이겨내기 위해 강을 정비하기 시작했지만 반세기 넘게 사업이 지속되면서 강이 도시를 더욱 풍성하고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샌안토니오는 강이 도시생활의 중심이 되고 도시의 가치를 극대화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 물길을 따라 시민의 삶과 공간을 엮어

텍사스 주의 샌안토니오는 미국에서 여덟 번째로 큰, 인구 182만여 명의 도시다. 물리적으로는 넓지만, 다운타운의 분위기는 ‘작은 도시’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보행자의 도시다.

도시를 감싸는 순환도로나 그 순환도로를 관통해 도심으로 모아지는 간선도로들의 체계, 시 외곽의 미국 최대 규모 육·해군 기지, 의료 생물 기술 관련 학술 컨벤션센터 등의 존재는 이 도시가 미국 서남부를 대표하는 큰 도시임을 말해 준다. 하지만 도심을 구획 짓는 좁은 격자 패턴이나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유적들, 멕시코 문화의 흔적들은 강하고 독립적인 개성을 풍기는 특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내며 이 도시에 걸어다닐 만한, 따뜻하고 정겨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큰 도시 속의 작은 도시 분위기’는 샌안토니오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도시개발의 방향성이다.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단지 물리적 크기의 조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와 경험을 어떻게 손에 잡히게 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샌안토니오 시가 조성한 리버워크(River Walk)는 그런 점에서 시민들의 삶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직조해 낸 기획이다. 다운타운을 고리 모양으로 감싸며 도는 강변길인 리버워크는 도심 도로 한 층 아래 강물을 흐르게 하고, 강물 바로 옆으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이 산책로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호텔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래층 산책로에서 자라난 나무는 무성하게 뻗어나가 리버워크 위층의 도시공간과 아래층 물가 산책로를 하나로 엮어낸다.

운하의 폭과 깊이는 결코 넉넉하지 않다. 너무 넓어 황량하기보다는, 살짝 부딪힐 것같이 인간적이고 아늑한 공간을 지향했다. 강변 레스토랑에 앉은 사람은 위층 다리를 지나는 행인과 택시들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고, 위층에서도 강변의 움직임에 언제든 동화될 수 있다. 위아래 레벨의 관계, 강변산책로와 직접 닿은 상점 공간의 설정은 바로 강과 도시를 분명한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들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다.

○ 상업문화공간과 강의 결합

리버워크의 시작은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댐과 수로 건설 등 제반시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강을 도시의 미적 요소로 적극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 보행자다리, 산책로 등이 설치됐다. 1960년대부터는 전체 강 개발의 장기 구상 아래, 10년 단위의 세부 계획을 세워 자본을 확보하고, 강변 환경의 재편성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건축가 R H H 허그먼은 도심의 수많은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을 강과 근접거리에 집중시키는 계획을 제안했고, 시는 강 주변 상업시설의 디자인을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자문위원회(Riverwalk Advisory Commission)를 만들어 강을 지역별로 특성화하여 발전시키는 정책적 토대를 마련했다.

지금의 리버워크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것을 가능케 한 데에는 여러 행정조직이 있었지만, 그중 1937년 출범한 SARA(San Antonio River Authority)가 대표적이다. 강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과 개발 방식을 결정하는 반(半)공공기관인 SARA는 강변 전체를 특성에 따라 네 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샌안토니오 시의 리버워크에서 주목할 것은 강이 단지 자연환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상업 문화공간과 연계되어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계돼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리 도시에서 하천을 재생하며 간과한 부분일 것이다.

도시는 이제 표현과 소비의 장소다. 도시의 가장 생동감 있는 부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소비가 이루어지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문화가 만들어지는 순간일 것이다. 청계천 복원의 경우, 자연을 재생하기는 했지만 그 자연이 어떻게 도시의 소비생활 패턴과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방법은 설정하지 못했다. 청계천과 리버워크의 가장 큰 차이는 청계천이 기존 도로와 떨어져 있어서 도시생활과 바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리버워크는 산책로와 곧바로 인접하여 문화 상업공간이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샌안토니오는 향유하고 소비하는 도시문화의 대상으로서 강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이 도시가 가진 경쟁력의 가장 큰 자산이다.

샌안토니오=정현아 DIA건축연구소 대표

■ 개발의 중추 ‘SARA’

리버워크 산책로 중간에 인공폭포를 볼 수 있는 특별 경관 지역으로 조성될 그로토. 샌안토니오 시는 그로토 조성에 드는 비용을 민간자본으로 충당한 뒤 관람료를 받아 이를 보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국식으로 풀이하자면 ‘강변개발공사’쯤에 해당할 ‘SARA(San Antonio River Authority)’는 샌안토니오 리버워크의 미래 발전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는 ‘뇌’에 해당한다.

현재의 리버워크 개발 프로젝트는 2011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약 5.8km의 도심구간(Downtown Reach)을 좀 더 자연친화적이면서 세련된 문화 상업시설이 들어서도록 한 1단계 개발은 이미 끝났다. SARA는 도심구간을 포함해 4개 영역으로 이루어진 총연장 약 21km의 리버워크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뚫어, 그 물길이 도시의 건축물들과 문화공간을 중계하는 허브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는 게 SARA의 구상이다.

이미 개발된 도심구간 위층으로는 박물관, 극장을 물길과 잇는 박물관 구간(Museum Reach)이, 아래층으로는 역사보존구간(Historical Reach)이 조성됐다.

‘전통과의 교감’을 목표로 하는 역사보존구간은 4개의 ‘미션 포털’로 구성된다. 샌안토니오에는 앨러모 성당 등 19세기 텍사스 독립을 위해 멕시코 군과 전투를 벌이는 데 기지역할을 했던 선교지가 5곳 있는데 이들은 모두 관광지로 조성돼 있다. 이 중 4개를 리버워크와 연결하면 관광 수익 증대에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샌안토니오 시는 판단하는 것.

SARA의 핵심 세부목표 중 또 다른 하나는 ‘생태계 복원’이다. SARA는 앞으로 정비될 강변에 가로수 2만4000그루와 56종의 풀을 심고, 113종의 해양식물, 320종의 초목식물 등을 방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리버워크 도심구간 건설에는 1300만 달러(약 136억 원)가 들었지만 향후 공사비는 그 10배가 넘는 1억6000만 달러(약 1680억 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재원 확보에 문제는 없을까. SARA의 마크 소렌슨 주임 엔지니어는 “민간 자금을 적극 끌어들일 계획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SARA는 막대한 개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산책길과 계단, 교각, 유람선은 물론 가로등, 비상용 전화부스, 쓰레기통 등 사소한 부대시설까지 민간 기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해당 시설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주거나, 특정 구간을 유료화해 기부자가 입장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산책로와 물길 사이의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폭포가 떨어지게 하고, 그 폭포 사이로 걸을 수 있도록 만들 ‘그로토(Grotto)’의 경우 유료화 계획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

샌안토니오=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리버워크 문화친화형 경관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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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안토니오 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샌안토니오 강은 총연장 384km의 긴 강이다. 이 중 시의 도심구간을 흐르는 5.8km가량의 물줄기를 따라 리버워크라는 산책로가 조성됐다. 도심구간의 물줄기는 샌안토니오 강의 지류천(支流川)인 샌안토니오 스프링, 샌페드로 스프링에서 끌어왔다. 복원된 청계천의 운영 시스템과 거의 같은 것이다. 청계천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별화되는 리버워크의 풍경 5가지를 꼽아봤다.

① 물길 폭이 고작 6∼8m지만 너비 2m가량의 유람선이 다닌다. 20분 남짓한 운항시간 동안 선장 겸 가이드는 샌안토니오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손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있는 산책객들과 손 흔들고 답례 받는 풍경이 정겹다.

② 리버워크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리버센터 쇼핑몰. 샌안토니오 시는 리버워크가 쇼핑 공간이나 은행가와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해 물을 따라 흐르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 도시의 경제적인 움직임이 되게 만들었다.

③ 리버워크의 계단은 대개 벽에 붙어 있지 않고 비어 있는 열린 공간으로 돌아서 내려온다. 그만큼 높이가 주는 위압감은 줄어든다. 아래층 강변 카페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위층의 보행자가 쉽게 눈을 마주치며 상호소통을 이루어내는 것이 리버워크의 강점이다.

④ 리버워크에는 유난히 식당이 많다. 하지만 물 가까운 쪽 테이블은 의외로 손님들이 늦게 차는 경우가 많다. 한 시민은 “너무 물에 가까우면 춥기만 한 데다가 어차피 강물을 조망하는 데는 조금 안쪽도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⑤ 산책로와 강물은 거의 닿아 있다. 술에 취하기라도 해 발을 헛디디면 빠질 것 같지만 최근 7∼8년간 익사 등 치명적인 사고는 없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구역에서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1.5m 정도다.

샌안토니오=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서현(43·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서울대 건축학과, 대학원 졸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

저서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등

○이종호(49·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한양대 졸

예술종합학교 sa도시건축연구소장

대표작 박수근미술관 등

○이영범(43·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건축학과, 대학원 졸

영국 AA스쿨 박사

‘도시연대’ 커뮤니티 디자인센터장

○정현아(36·DIA건축연구소) 대표

홍익대, 대학원 졸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