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평생 쓸 수 있는 책의 양은 얼마나 될까.
1년에 9권 넘게 약 50년간 460여 권의 책을 쓴 작가. ‘파운데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SF소설가이면서 셰익스피어 해설서를 썼고 무신론자인데도 성서 해설서까지 쓴 사람. 그는 ‘20세기의 르네상스인’이라고 할 만한 과학저술가 아이작 아시모프다.
복잡한 주제도 물 흐르듯 쉽게 풀어내는 글재주로 아시모프는 현대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아이, 로봇’ ‘바이센테니얼 맨’ 등 그의 소설과 논픽션 25편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시모프는 1920년 1월 2일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세 살 때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평생 그를 사로잡은 SF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아홉 살 때. 늘 무엇엔가 마음을 빼앗겨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여서 이상한 아이로 여겨졌다고 한다.
원래 의사가 되려고 했지만 피만 보면 실신해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28세 때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대 교수를 지내다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그만뒀다.
화학 생물학 물리학 문학 종교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던 그는 ‘로봇 3원칙’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로봇 3원칙’은 로봇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없으며,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이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만 한다는 원칙이다. 로봇을 다룬 SF소설들이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식의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데 반대해 만든 이 개념은 이후 현대과학이 창조해내는 모든 로봇의 정의가 됐다.
한 에세이에서 아시모프는 자신이 죽어 하늘나라에 갔던 꿈 이야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게 하늘나라입니까?”(아시모프)
“그렇다.”(기록담당 천사)
“착오입니다. 전 하늘나라를 믿지 않는데 어떻게 자격을 얻겠습니까?”(아시모프)
“누가 자격이 있는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네가 아니다.”(천사)
“알겠습니다. (잠시 둘러본 뒤) 여기에 제가 사용할 만한 타자기가 있습니까?”(아시모프)
1992년 죽을 때까지 무신론자였지만 아시모프는 “글 쓰는 행위에서 하늘나라를 느꼈고 그래서 반세기 넘도록 난 하늘나라에 있었다”고 말한 행복한 글쟁이였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