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제부총리가 그제 기자회견에서 “전문직종에 대한 과세행정이 강화되고 투명화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고소득 전문직과 근로소득자 간의 조세형평 문제에 대해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모든 납세자는 소득과 재산에 걸맞게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부총리는 “전문사업자별로 수입금액 명세서와 제출자료 내용을 세분하고, 성실히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가산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수임건수와 수임액수를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기 위해 변호사법 시행령도 고치겠다고 한다. 수입을 장부에 적지 않는 무기장(無記帳) 사업자에게는 가산세를 무겁게 물릴 계획이다.
이주성 국세청장도 신년사를 통해 자영업자 과세 정상화와 자료상 근절이 ‘국세청의 40년 숙제’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행정역량을 여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자영업자 4만 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를 1, 2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국세청에 월급봉투를 그대로 보여 주고 세금을 내는 근로소득자와 달리 고소득 전문직은 소득을 줄여 신고해 탈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이 소득을 파악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전체의 52% 수준이라고 한다. 작년 국정감사 때 변호사, 의사, 변리사 등 15대 전문직종 개인사업장 대표 6만여 명 가운데 17%가 월평균 소득을 200만 원 미만으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무직 근로자의 세 부담은 자영업자의 3배 수준이지만 자영업자의 주택소유비율은 사무직 근로자보다 높고 소비지출도 많다.
올해 근로소득세는 지난해보다 소득구간별로 최고 29.9%까지 오르게 된다. 근로자 임금상승률 전망치 7.2%의 4배 수준이다. 요즘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현금영수증 등 각종 공제자료를 모으고 있는 근로자들로서는 조세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수부족을 겁내 근로소득자 세부담 증가를 외면하지만, 전문직 탈세 방지와 근소세 누진부담 완화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