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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골키퍼 이운재 자전 에세이 펴내

입력 | 2006-01-03 03:03:00


“막상 명단이 발표되자 몸이 떨렸다. 첫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인생에서 기회가 그렇게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간판 골키퍼가 아니었다.”

가난한 형편에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게 시작한 축구선수 생활. 혹독한 훈련을 못 이겨 가출했던 청소년 시절, 폐결핵에 걸려 잊혀진 선수가 됐다 기적적으로 재기한 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사의 현장에 서기까지….

축구대표팀 골키퍼 이운재(33)가 축구 에세이 ‘이기려면 기다려라’(도서출판 일리·사진)를 펴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골키퍼로 선발 출전하면서 떨렸던 기분을 시작으로 이전과 이후 오랜 선수생활을 통해 다져온 생각들을 정리했다.

2002년 당시 미국전을 끝낸 후부터는 전 선수가 탈진해 매 경기 후 피로 회복용 링거를 맞았던 이야기 등 풍부한 월드컵 뒷이야기를 담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 후 자만에 빠져 술로 시간을 보내다 살이 너무 쪘고 이후 무리한 체중 감량을 하다 오히려 폐결핵 3기로 선수 생활이 끝날 뻔한 일, 선배 김병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린 일은 인고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자유방임형으로 선수를 대했지만 고독과 싸워야 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히딩크 감독처럼 선수단을 장악하려 했지만 장악능력이 떨어졌다”고 평했다.

반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다시 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히딩크 감독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것.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장에서 늘 선수들을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다르다고 평했다. 그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수 장악력과 부드러움을 갖췄으며 여러 면에서 적절한 선을 그을 줄 아는 프로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일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상대 선수 호아킨의 마지막 승부차기를 막아낼 때의 심정을 잊지 않는다. 상대가 볼을 찰 때까지 움직이지 말자고 한 다짐이었다.

“내가 먼저 움직일 줄 알았는데 안 움직이니까 호아킨이 당황해 주춤하는 사이 볼의 방향을 읽어냈다.”

위기와 인내의 긴 시간을 보내온 그는 승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이기려면 기다려라.”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