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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892년 반지의 제왕 작가 톨킨 출생

입력 | 2006-01-03 03:03:00


집필에만 12년이 걸리고 탈고한 지 3년이 넘도록 책을 펴내지 못한 작가. 작품엔 욕심이 있으나 필연으로 보이는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출판사와 절충하는 데 성공했다. 인세 한 푼 없이 ‘이익이 나면’ 나누는 조건이었다. 방대한 양에다 치솟은 종이 값 때문에 출간 자체가 불투명했으나 1954년 어렵사리 빛을 봤다.

옥스퍼드대 언어학 교수 존 로널드 루얼 톨킨을 환상문학(판타지)의 최고봉으로 올려놓은 ‘반지의 제왕’은 영국을 위한 신화다.

1892년 1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지 3년 만에 영국으로 온 톨킨은 네 살에 아버지를, 열두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가톨릭 신부에게 맡겨졌다. 전혀 환상적이지 못한 어린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어의 천재였다. 열한 살에 그리스어를 접하고 “어렵기는 했지만 그리스어의 유동성과 찬란한 외양은 나를 사로잡았다”고 했다. 그의 탐구는 노르웨이어, 스페인어, 이미 사라진 고트어에까지 미치고 스스로 언어를 만든다.

언어를 바탕으로 신화에 몰입한 그가 보기에 영국엔 신화가 없었다. 그래서 ‘조국에 헌정할 신화’인 호빗 이야기들을 ‘창조’한다. 그중 세계 젊은이들의 ‘필독서’가 된 반지의 제왕은 ‘가운데 땅’의 평화를 위해 절대반지를 파괴하는 호빗족 프로도의 영웅담이다. 톨킨은 다양한 종족 가운데 ‘평범한’ 호빗족에서 주인공을 고르고 절대반지에 혈안이 된 악의 세력의 본령인 모르도르의 화산 분화구에 절대반지를 던져 파괴하도록 한다. 그는 훗날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 역사라고 받아들이길 바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상을 선과 악으로 가르고 악은 철저히 무시했다. 악의 지배자 사우론에게조차 단 한마디도 할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였다.

세계는 환상문학에 열광하고 있다. 톨킨의 친구로 옥스퍼드대 교수요 환상문학의 대가인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두 사람의 영향을 받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가 반지의 제왕에 이어 환상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제각기 ‘빛과 어둠의 대결’을 재연하는 중이다.

‘선악의 대립’은 현실 세계 곳곳서 재현되고 있다. 선은 언제나 승리하는가. 영웅은 있는가.

“저쪽에 희망이 있소. 가장 큰 두려움이 있는 곳에 말이오. 운명은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있소. 그렇기는 해도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오.”(반지의 제왕)

여규병 기자 3spring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