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이 질문은 우리 각자를 스스로 거듭나는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준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즉 자신이 앞으로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도록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당신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각자의 대답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답하는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응답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직장을 댔다. 그러나 오늘날은 웹 디자이너, 금속 기술자 등 자신의 직업을 말한다. 과거 자신을 고용한 기관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 지식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일의 본질이 지식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시각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이미 50여 년 전에 간파하고 지적했다면 그것은 놀라운 혜안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오스트리아 태생의 경영 철학자 피터 드러커(1909∼2005)에 관한 얘기다. 그는 당시 이미 전 세계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것은 16세기의 르네상스와 18세기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흐름이었다. 일의 성격이 육체노동에서 지식으로 바뀌고, 지식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하는 이른바 ‘지식(정보)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자본주의가 생겨났듯 이 새로운 혁명의 결과로 이른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지식혁명의 중심 세력은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다. 이들은 근육에 의존하는 육체 노동자와 달리 자신이 가진 지식을 통해 아이디어와 디자인, 창의성을 발휘한다. 드러커는 1968년 그의 대표 저작 중 하나인 ‘단절의 시대’에서 이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오늘날 이 지식 근로자라는 구분은 흔하게 쓰이는데, 현재 이들이 전체 미국 근로자의 40%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드러커가 학계에 안주하는 스타일이었다면 그는 이런 논리 얼개와 근거를 제시하는 데서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늘 관심의 초점을 개인에게 맞추었던 이 대가는 지식 근로자로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도 꾸준히 제시해 왔다. 40여 권에 이르는 그의 저서 가운데 상당수가 단순한 경영 철학서가 아닌 직장인의 성공을 위한 실용서로도 읽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01년 초 국내에 소개된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3권의 책(Essential Drucker) 가운데 지식 근로자에 대한 충고가 담긴 책이다.
이 책에서 그가 충고하는 지식 근로자의 자기 관리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을, 특히 자신의 강점을 분명히 알라. 그래야 그 토대 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식 근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담당하게 될 때 가장 먼저 할 일에 쓸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생산적인 일에 휘둘리지 말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라는 것이 세 번째 충고다.
김방희 경제평론가 생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