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를 배경삼아 펼쳐지는 부산국제음악제.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 정명화, 피아니스트 로버트 맥도널드 씨 등 세계적 대가들이 실내악 앙상블을 펼친다. 사진 제공 부산아트매니지먼트
“세계적인 음악페스티벌은 대부분 여름에 열리잖아요. 그래서 겨울에 열리는 부산국제음악제에는 스케줄이 빼곡히 들어찬 세계적 아티스트들을 보다 쉽게 한자리에 모을 수 있죠.”(최은식)
제2회 부산국제음악제 음악감독인 비올리스트 최은식(서울대 교수) 씨와 아내인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는 부산 해운대 겨울바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계 수준의 실내악 연주를 들으러 고즈넉한 겨울바다로 꼭 오셔야 해요”라고 초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 10여 년간 영화의 도시, 국제회의의 도시로 이름을 알려온 부산이 11∼22일 클래식의 도시로 변신한다. 제2회 부산국제음악제가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과 해운대 그랜드호텔 등에서 열리는 것.
부산국제음악제는 실내악 중심. 뉴잉글랜드 음악원 학장을 지낸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협연 파트너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로버트 맥도널드(줄리아드 음악원 교수), 첼리스트 정명화 씨 등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의 세계 유명 연주자들이 기꺼이 부산의 초대에 응했다.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이언 스웬슨, 스콧 세인 존, 김수빈, 백주영 씨가 초청됐고, 비올리스트 마르타 케츠, 플루티스트 윤혜리 씨가 참가한다.
피아니스트 안소연 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주와 레슨을 곁들인 뮤직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첼리스트 프레드 셰리(줄리아드음악원 교수) 씨는 자신이 소속된 뉴욕 링컨센터 상주 실내악 단체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1월 정기공연을 제쳐두고 부산을 찾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최은식 백혜선 씨 부부와의 인연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1회 음악제에 참석했던 아티스트들은 “음악회 수준도 높고, 부산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참석했던 음악가들이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구경하며 아주 즐거워하더군요. 서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짜 한국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요.”(백혜선)
연주자들은 부산시립교향악단과의 ‘베토벤 3중 협주곡’을 비롯해 신년음악회, 가족음악회, 디너 콘서트 등 총 8차례의 음악회를 연다.
부산 출신의 신동 피아니스트 김다솔(16·한국예술종합학교 1년) 군의 피아노 독주회,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내악 그룹 ‘뮤즈 트리오’의 연주회 등 부산 음악계의 현주소를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음악제를 기획한 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는 “부산은 국제영화제로 유명하지만 클래식 공연은 최고 스타인 조수미, 정경화 씨 말고는 흥행이 잘 안 된다”며 “세계 수준의 실내악 연주회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국제영화제처럼 부산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051-747-153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