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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맛…다른여운…영화 ‘왕의 남자’vs원작 연극 ‘이(爾)’

입력 | 2006-01-04 04:13:00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 영화에 비해 공길과 연산군의 동성애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공길’의 비중이 더 크다. 사진 제공 극장 ‘용’


최근 영화 ‘왕의 남자’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 연극 ‘이(爾)’도 7일부터 앙코르 공연된다. ‘이’는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던 말.

연극과 영화의 서로 다른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관객들에겐 또 다른 재미. 이런 관객을 겨냥해 영화 ‘왕의 남자’ 티켓을 지참한 관객은 관람료를 30% 할인해 준다.

영화는 원작 연극을 상당 부분 그대로 따랐지만 장르의 특성상 차이점도 있다. ‘왕의 남자’와 ‘이’.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

①공길과 장생의 성격과 비중=영화에서 신인 이준기를 일약 스타로 만든 역할은 바로 여자처럼 예쁘장한 광대 ‘공길’. 하지만 공길은 영화보다 연극에서 비중이 훨씬 크다. 영화에서는 감우성이 연기한 장생이 주인공이지만 연극에서는 장생의 비중은 작고 공길과 연산군이 주인공이다. 공길의 성격도 차이가 크다. 연극에서 공길은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천출임에도 종4품 대봉 벼슬을 받은 뒤 동료 광대들에게 “나를 대봉이라 부르라”고 하는 권력욕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②연극과 영화를 넘나드는 감칠맛 나는 조연들=스크린에서 보던 인물을 눈앞에서 보는 것이 연극의 매력.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감초 역할인 ‘칠득이’와 ‘팔복이’는 연극 ‘이’에서 다른 역할을 맡았다. ‘칠득이’ 역의 정석용은 연극에서 장녹수의 복수심을 부추기는 홍 내관으로, ‘팔복이’를 맡은 이승훈은 연극에서 장생 역을 맡는다.

③볼거리는 영화, 현장감은 연극=영화와 연극에는 각각 ‘극중극’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광대들의 줄타기나 대규모 연희 등 비주얼을 강조한 장면이 등장한다. 반면 연극무대에서는 광대들이 말로써 정치 행태나 비리를 우회적으로 꼬집는 ‘소학지희’가 마당극처럼 펼쳐진다.

④연극과 영화는 보완관계=영화는 장생과 공길이 궁궐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전반부에 펼친다. 그런데 연극은 광대들이 입궐 후 왕의 총애를 업고 권력을 잡아 가는 시기부터 다룬다. 관객들이 연극에서 보지 못한 부분을 오히려 영화가 보여 주는 셈. 반면 영화에서는 연산군과 공길의 동성애 관계가 살짝 암시되지만, 연극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22일까지. 화∼금 7시 반, 토 3시 7시, 일 3시. 2만∼5만 원.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1544-595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