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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승연 회장 “일등이 아니면 버리고 가겠다”

입력 | 2006-01-05 03:05:00


“우린 단 한번도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일류 기업을 목표로 한 적이 없다. 앞으로 일등이 아니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지난해 10월 창립 53주년 기념사)

“지속적인 고성장을 추구한 일류 기업들은 변신의 귀재들이었다. 경영 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면 영원한 이류, 삼류에 머물고 말 것이다.”(올해 신년사)

“일류 한화로 가자. 사업·기업문화 모두 일등을 한번 해보자.”(올해 신년하례회)

‘넘버원’에 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짝사랑’이 열성적이다.

그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임직원들에게 일관되게 전달해 온 명쾌한 메시지는 단 하나,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이다.

○ 우리는 왜 일등이 없나

김 회장이 이처럼 일등에 집착하는 이유는 현 수준으로는 한화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자산규모 16조2000억 원으로 재계 순위 8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그룹이지만 계열사에서 내로라하는 일등이 거의 없다.

전체 32개 계열사 가운데 사업별 1위는 리조트업체인 한화국토개발 하나뿐이다.

한화유통이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전략 때문에 객단가(1인 고객 1회 쇼핑액, 2005년 54만8000원)에서는 최고지만 백화점업계 1위와는 거리가 멀다.

㈜한화 화약부문은 사실상 독점체제이기 때문에 1위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의 50 대 50 합작법인인 여천NCC는 에틸렌 생산 1위지만 계열사가 아니라 투자사일 뿐이다.

주 사업 분야인 제조와 금융에서 분발이 더 필요한 형편이다.

○ 일등이 아니면 버리고 가겠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고 할 정도다.

상무급 이상 임원 120여 명을 충북 보은공장으로 불러 모아 새해를 함께 맞이한 것도 이런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한화는 53년간 화약산업의 기반이 됐던 인천공장을 폐쇄하고 올해부터 보은공장을 새로운 그룹의 모태로 삼기로 한 터.

상징적인 자리에서 김 회장은 “인천공장의 다이너마이트 사업을 접었던 것처럼 앞으로 채산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하겠다”고 임원들에게 경고했다.

또 ‘순혈주의’를 깨고 ‘하이브리드(Hybrid·혼성, 혼합이라는 뜻) 경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진수형 한화증권 사장과 김광욱 한화개발 사장을 스카우트한 것처럼 실력 있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미다.

임원 모임에 참석했던 장일형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은 “최근 전해져 오는 메시지는 현재에 안주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떨치고 ‘사고의 전환’을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상반기 안에 그룹 로고 교체 등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도 마무리하고 올해를 ‘뉴 한화 건설’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