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를 보면 주가가 보인다’는 투자 격언이 있다. 실제로 CEO의 역량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달라지고 주가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투자자는 CEO를 주목한다. 하지만 투자자가 CEO로부터 주가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본보는 ‘CEO가 투자자에게’ 코너를 마련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CEO의 생각이나 답변도 가감 없이 전달한다. 투자자가 ‘행간’까지 읽는다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벤처타운에 있는 NHN을 방문하면 ‘오프라인 네이버 월드’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안내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기는 대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해야 출입증을 얻게 된다.
NHN 최휘영 사장은 “널리 알려지다 보니 보안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실제로 NHN은 특별하다. 검색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게임 포털 ‘한게임’을 양 날개로 삼아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NHN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의 초입에 들어섰다.
NHN 주가는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가장 비싸다. 3일 종가는 27만2400원으로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272만4000원. 시가총액은 증시 전체에서 상위 20위권. 자본금은 77억50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정규 직원만 1200여 명이다.
○ 새로운 패러다임 만드는 개척자
NHN은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그러나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세계적 검색엔진 구글의 존재,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포털 서비스는 문화입니다. 야후나 MSN 같은 세계적 기업이 한국에 진출했다가 판판이 깨진 이유가 그 때문이죠.”
보유 현금이 7조 원을 넘는 구글의 위협에 대해 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NHN은 1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으로 보면 자금 사정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강력한 지도검색 도구인 ‘구글어쓰’ 같은 서비스를 하기에는 넉넉하다고 볼 수 없다.
최 사장은 “구글의 행보를 보면 그들도 우리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며 “구글은 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는 존재로서 파트너”라고 말했다.
구글 한국지사와 활발하게 교류한다는 것.
○ 적대적 M&A 가능성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지분 5.6%와 우리사주 등을 합해도 20%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은 52%를 넘는다.
지분 분포가 비슷했던 옥션의 경우 미국 이베이가 외국인들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고스란히 넘겨받는 방법으로 인수했다.
“적대적 M&A 세력이 있다면 막을 방법은 사실 없어요. 하지만 현 경영진이 투명하게 경영하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면 경영권을 쉽게 넘겨줄 것 같지 않아요.”
다른 게임업체인 넥슨과의 M&A설이 나돌고 있다. 한게임은 고스톱 바둑 장기 등 ‘판’을 기본으로 하는 보드게임에 강하지만 넥슨은 온라인 자동차 레이스 경기인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게임에 강하다.
최 사장은 “사업이 보완관계인 데다 대주주끼리 친해 그런 말이 도는 것 같다”며 “하지만 합병 이외에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은 많다”고 일축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계획을 묻자 최 사장은 “고민은 있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일본 진출과 달리 중국 진출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중국 정부가 ‘사행성이 높다’는 이유로 NHN의 중국 내 게임서비스를 몇 가지 중단시켰다.
그는 “하지만 중국 정부가 다시 ‘모범 사례’로 치켜세우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NHN의 해외진출 전략의 중심에는 게임이 있다. 일본에서는 ‘네이버저팬’ 서비스를 접기도 했다. 네이버는 해외에서 ‘버린 자식’인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검색,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미디어 가운데 어떤 것으로 공략할지 선택한 것이다. 일본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잘 운영하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최휘영 사장은…▼
△1964년 출생 △1990년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1∼1995년 연합뉴스 기자 △1995∼2000년 YTN 기자 △2000∼2002년 야후코리아 근무 △2002∼2003년 NHN 입사, 네이버 본부기획실장 △2004년 네이버 부문장 △2005년∼현재 NHN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