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8박 9일 일정으로 3일 이스라엘과 영국 방문 길에 올랐다.
김 부총리는 2일 신년 인사차 기자실을 방문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이스라엘 부총리가 예전에 초청했는데 업무가 바빠 방문하지 못했다”며 “국회에서 예산안도 처리됐고 현안도 다소 줄어들어 다녀오기로 했다”고 외유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정 말미에 영국에서 열리는 교육장관 국제회의에 잠깐 참석하기는 하지만 방문 내용을 보면 딱히 시급한 현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정부 고위 인사가 견문을 넓히고 해당국의 주요 인사들과 교분을 쌓는 것은 국익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방문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4일 교육부가 내놓은 김 부총리의 동정 보도 자료를 보면 자화자찬이 너무 많아 교육부 직원들조차 머쓱할 정도다.
‘김진표 부총리, 교육수장 최초로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방문, 중동지역 외교다변화 길 열어!’
A4용지 4쪽짜리 자료에는 이 밖에도 ‘중동지역 외교의 다변화에 한 획을 그었다’ ‘대(對)팔레스타인 외교의 한 획을 그은 예로 평가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교육부는 김 부총리가 지난해 6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 이후 정부 인사 중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최고위 인사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우리 교육부 장관이 팔레스타인 교육부 장관을 30분간 만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방문 일정표에 6∼8일 주말을 이용해 이탈리아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슬쩍 감춰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부 내에는 이탈리아에서 유학생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역대 교육부 장관들이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처럼 호들갑스러운 홍보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요란한 ‘띄우기’가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돌고 있는 김 부총리의 위상을 높여 주려는 아랫사람들의 ‘과잉 충성’이란 의문이 드는 것은 기자 한 사람뿐일까.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홍성철 교육생활부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