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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여자보다 더 예쁜 ‘왕의 남자’ 이준기

입력 | 2006-01-05 03:05:00

김미옥 기자


○ 찢어진 눈에 긴 머리 날씬한 몸매… 새 문화 아이콘으로

찢어진 눈에 긴 머리, 야리야리한 몸매를 가진 사내 한 명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이준기(24·사진). 왕 연산과 동성애를 나누는 광대 ‘공길’로 출연한 영화 ‘왕의 남자’는 개봉 엿새 만인 3일까지 156만 명을 끌어들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부잣집 아들에 반항아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물 ‘정우’로 등장하는 SBS 수목 드라마 ‘마이걸’은 시청률 20%의 고공행진 중이다. 여기에 3주째 ‘인터넷 검색어 1위’를 달리며 젊은층 사이에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으니 ‘벼락 인기’라 할 만하다.

그를 만나자마자 참지 못하고 던진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혹시 동성애자인가요?”


그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눈가에 묘한 웃음을 띠며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당연히. 하지만 그렇게들 보아 주어서 고맙지요, 뭐. 그만큼 연기를 인정해 준 거니까요.”

겉모습에서 풍기는 여성성과 달리 묵직하고 매력적인 저음의 소유자인 이준기는 영화에서의 남창(男娼) 캐릭터 때문에 목소리 옥타브를 한껏 높였다고 했다.

○ 태권도 3단에 택견 실력 수준급

실제로 인간 이준기의 내면은 어떨까.

“생긴 건 이렇지만 성격은 엄청 남자다워요. 뭘 차곡차곡 모으는 것도 못하고, 섬세한 일은 죄다 못해요. 여자 친구한테는 선물이나 이벤트 같은 간지러운 것도 잘 못해요. 대신 다른 걸로 풀어주죠. 음… 사랑을 많이 해준다든지, 애정표현을 확실하게 한다든지. 전화 통화할 때도 간지럽게 하는 것보다는 ‘지금 빨리 나와’ 하는 쪽이에요.”

“연애하면 두 번째 만남에선 키스에 ‘돌입’할 타입으로 보인다”고 떠보았더니 “빨리 하는 편이죠. 아, 못 참아요” 하며 웃었다. 큰 눈이 좌우로 더 찢어졌다. 그는 환상적인 피부를 갖고 있으면서도 태권도 3단에다 택견 실력도 보통을 넘는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요즘 뜨는 이른바 ‘꽃미남’ 계보와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배우 강동원과 정지훈(가수 비)의 사이라고 할까. △긴 머리에 조막만 한 얼굴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다는 점에서 강동원의 ‘여성성’을 연상케 하지만 △쌍꺼풀 없는 쫙 찢어진 눈 △힘차게 뻗어 내린 긴 콧대 △얇고 굳은 입술 △또렷하게 발달된 턱 선을 가졌다는 점에서 정지훈의 ‘남성성’을 떠올리게 한다.

“생김새 때문에 오해 많이 받아요. 성격 나쁘게 생겼다, 뭘 해도 재수가 없을 것 같다…. 제 얼굴은 좀 뭐랄까, 애매모호해요.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지만 확실히 싫게 보일 만한 구석도 많아요. 전 날카로운 콧날과 뾰족한 저의 턱이 너무 싫어요.”

○ 강동원과 가수 비를 닮은 ‘간장 얼굴’

양성(兩性)적 특징을 모두 가진 그의 얼굴은 전형적 ‘간장 얼굴’(눈이 찢어진 동양적인 얼굴을 빗대어 이르는 말. 서구적인 얼굴형은 ‘소스 얼굴’이라 한다)이면서도 눈이 말(馬)처럼 커서 감성적인 이미지를 함께 풍긴다.

그는 영화 ‘왕의 남자’를 연기하면서 사랑에 대해 보다 열린 시선을 얻게 된 것이 큰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왕의 남자’를 연기하면서 동성애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어요.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그걸 보듬어 주는 과정에서 뭔가 통하고 뭔가를 원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사랑의 감정과 똑같아요. 단지 그 감정을 품는 게 남자와 남자 사이라는 게 다를 뿐인 거죠.”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