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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못하는 지하철 보호난간…1~4호선 간격 들쭉날쭉

입력 | 2006-01-05 03:05:00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설치된 보호난간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보호난간이 너무 넓게 설치된 지하철 4호선 회현역. 박영대 기자


지하철 승강장 추락사고 등을 막기 위한 보호난간이 일관된 설치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세워져 사고 방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2003년 6월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벌어진 주부 안모(당시 41세) 씨 추락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밝혀졌다.

▽보호난간 간격 ‘주먹구구’=서울고법 민사6부(부장판사 윤재윤·尹載允)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지하철공사에 대해 안 씨 유족에게 2억1576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상당수 서울 지하철역의 보호난간이 일정한 거리 기준 없이 세워진 점이 확인됐다”고 4일 밝혔다.

보호난간은 승객들이 전동차를 기다리거나 승하차할 때 추락사고 등을 막기 위한 보호 시설. 법원이 지하철 추락사고 손해배상 사건에서 승강장 보호난간 간격을 일일이 따져 가며 설치 기준의 문제점까지 지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는 “사고가 난 회현역 보호난간의 간격이 291cm인데, 보호난간이 이보다 좁은 간격으로 세워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서울 지하철의 경우 보호난간의 일정한 설치 기준이 없고 회현역도 공사 중 인부들의 실수로 (보호난간이) 들쭉날쭉한 간격으로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보호난간, 더 좁게 설치돼야=회현역을 비롯해 서울지하철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1∼4호선 대부분 역의 보호난간 평균 간격은 280cm.

반면 서울 지하철 외에 국철 등 다른 역의 보호난간 간격은 평균 200cm다. 서울 지하철역의 보호난간 평균 간격이 80cm(성인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너비)가량 넓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전동차의 문 너비가 대개 130cm인 점을 고려하면 보호난간 간격을 200cm로 해서 보다 좁게(촘촘히) 설치해도 승객들이 전동차 출입문을 드나드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보호난간은 사실상 승객 보호를 위한 임시 조치로 2009년까지 모든 역의 승객 보호 설비를 선로와 승강장이 완전히 차단되는 안전문(스크린도어)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 구간 117개 역 가운데 69개 역에 보호난간이 설치돼 있어 이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보호난간:

출입문 부분을 제외하고 승강장과 선로 사이에 설치되는 안전시설. 역당 5000만 원 정도면 설치 가능.

:안전문(스크린도어):

승강장과 선로 사이에 설치되는 별도의 안전문. 안전문은 전동차의 출입문과 동시에 열리고 닫혀 승객이 선로에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선로와 승강장이 완전히 차단되는 밀폐형의 경우 역당 설치비용 27억 원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