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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11일부터 MBC 방영 ‘궁’ 원작 만화에서 빼고 더하기

입력 | 2006-01-05 03:05:00

드라마 ‘궁’의 황실 가족. 황제(최불암) 옆의 소년이 남자 주인공 이신이 황세손이던 어린 시절 모습이다. 드라마는 황제가 세상을 떠나고 신의 아버지(박찬환·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황제로 등극한 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사진 제공 에이트픽스


《‘궁’이 시작된다. 새해 시작되는 드라마 중 단연 화제작이다. 원작 만화가 인기인 데다 캐스팅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11일부터 방영되는 MBC 수목드라마 ‘궁’(인은아 극본·황인뢰 연출)은 황태자와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를 하고 있다는 가정,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서로 맞춰 가기, 서로에게 어김없이 존재하는 연적 등 원작 만화 ‘궁’(작가 박소희, 서울문화사)의 설정 그대로다. 다만 만화는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고 조선 왕조가 계속됐다는 가정 아래 남자 주인공 이신이 왕세자이지만, 드라마는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두어 이신이 대한제국의 황태자로 나온다.》

○드라마와 만화 사이

‘궁’은 2년 연속(2003, 2004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인기상을 수상한 작품. 2002년 7월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가 시작된 뒤 자칭 ‘궁 마니아’들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모아 왔다. 연재 초반부터 영화사와 TV드라마 외주제작사의 러브 콜을 받았던 이 작품이 마침내 드라마로 만들어지자 기대와 우려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드라마 게시판에서는 ‘궁 만화책 광팬인데 드라마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 백배다’(fbwkdal2214)라는 의견과 ‘이미지나 분위기가 만화책과 다르면 실망스러울 것’(orangebox3)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 원작의 기조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황 PD는 ‘연애의 기초’(MBC, 1995년) 이후 11년 만에 장편 드라마 연출을 맡았다. 그는 “원작의 향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어느 정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 속 왕세자비(드라마에서는 황태자비) 채경의 엽기적인 행동 묘사는 많이 쳐내고, 궁궐에서 시집살이하며 겪는 정신적 성장에 초점을 둘 참이다. 청소년이나 여성 독자 등 특정계층을 겨냥한 순정만화와 달리 TV는 남녀노소가 보는 대중매체인 만큼 채경과 황태자 신을 둘러싼 가족의 정겨운 모습도 많이 보여 줄 계획.

만화 독자나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궁금해하는 것은 드라마의 결말이다.

현재 채경과 신, 왕위 후계 서열 2위인 율의 삼각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만화는 1년 후에나 끝을 맺을 전망이지만 드라마는 그 전에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황 PD는 “솔직히 결말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드라마 분량 중 절반을 제작한 그는 “마음에 두고 있는 결말이 있는데 만화 작가와 상의하고 있다”면서 “해피엔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채경과 윤은혜, 이신과 주지훈

만화 ‘궁’의 주인공 채경(왼쪽)과 드라마 ‘궁’에서 채경 역을 맡은 윤은혜. 윤은혜는 “만화의 다양하고 풍부한 표정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문화사 에이트픽스

드라마 캐스팅을 놓고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때가 있었을까. 지난해 9월 가수 윤은혜가 ‘궁’의 주인공 채경으로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벌어졌다.

하얀 얼굴에 팔다리가 가느다란 채경과 오락프로그램 ‘X맨’에서 ‘소녀 장사’로 유명해진 윤은혜의 이미지가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윤은혜는 이에 대해 “만화를 그대로 따라하려면 한계가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만화를 다섯 번이나 봤다는 윤은혜는 “만화 속 채경의 재미있는 ‘오버’ 행동이 드라마에서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황태자 이신 역을 맡은 주지훈은 오히려 자신감을 보인다. “나와 이신의 이미지는 똑같다”는 것. 큰 키와 차갑게 보이는 얼굴이 만화의 이신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지훈은 “만화에서 이신은 좀더 날카롭고 외톨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