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의 소낙비 속에서 방패 하나 달랑 들고 쇠파이프 죽창 각목을 필사적으로 막아 내는 전경들의 모습은 원시(原始) 무기로 전투를 치르는 선사(先史)시대의 병사들 같다. 잠시 방석모(防石帽)를 벗고 드러낸 앳된 얼굴은 바로 우리의 아들이고, 이웃의 청년이다.
격렬한 시위 과정에서 농민 두 명이 사망한 데 책임을 지고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퇴한 뒤 경찰의 사기(士氣)는 비참할 정도로 떨어졌다. 앞으로 경찰이 사회의 안녕과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폭력 시위에 적극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경찰청장은 물러났지만 농민 시위 현장에서 전경 2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데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뇌수술을 받거나 각목에 눈이 찔려 실명(失明)할 지경인 전경도 있다.
전·의경의 가족과 예비역들이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폭력 시위에 항의하는 평화적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이들이 시위에 나설까. 폭력 시위대의 인권은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챙겨 주는데, 쇠파이프와 화염병 세례를 받는 전·의경의 인권은 아무도 챙겨 주지 않으니 부모들이 나선 것이다.
농민 시위에 매번 앞장섰던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은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 시위를 벌인 뒤 “홍콩 사람들은 (시위대가) 경찰에게 발길질만 해도 깜짝 놀랐다. 우리도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주재 한국대사관 홍보관은 정부 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붉은 악마의 긍정적 이미지가 WTO 불법시위로 무너졌다. 독일에서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육탄 돌격하는 시위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고, 경찰이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곤봉으로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부는 민주노총이나 농민단체는 물론이고 친북 단체들의 폭력 시위에 대해서도 한없이 관대해 공권력 무력증(無力症)을 키우고 있다. 불법 폭력 시위에는 뒷짐 진 채 사고가 나면 경찰청장 옷이나 벗기는 정부를 위해 언제까지 세금을 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