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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거물로비스트 유죄 시인]“불법로비 파장 어디까지…”

입력 | 2006-01-05 03:05:00


《미국 워싱턴 의사당과 로비의 거리인 K스트리트가 떨고 있다. 정치권 불법로비 의혹을 받아오던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46) 씨가 3일 형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자신의 유죄를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여는 수위에 따라 워싱턴 의회가 2001년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부정 같은 초대형 비리태풍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의 혐의는 인디언 도박사업권 보호를 위해 의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로비자금을 축소신고하면서 탈세를 했으며, 플로리다 주에서 선상 카지노를 구입하면서 가짜 송금전표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브라모프 씨는 이날 탈세 및 가짜 송금전표 부분의 유죄를 인정했다. 자백을 통한 검찰과의 협상 결과로 최고 30년으로 예상되던 그의 형량은 10년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동료였던 마이클 스캔론(톰 딜레이 전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공보비서 출신)과 함께 물어야 할 추징금은 2500만 달러(약 250억 원) 선이며, 탈세액 170만 달러(약 17억 원)도 납부하기로 했다.

▽떨고 있는 정치인=검찰은 공개 문서를 통해 ‘정치인 1’이란 이름으로 구체적인 혐의를 적시했다. 미 언론은 오하이오 주의 밥 네이(공화) 하원의원을 지목했고, 그는 정치인 기소대상 1순위로 떠올라 있다.

연말연시 휴가로 잠잠해야 할 워싱턴 정치권에선 정치자금 반납이 줄을 잇고 있다. 데니스 해스터드 하원의장은 3일 아브라모프 씨가 준 6만9000달러를 돌려줬다. 콘래드 번스 상원의원, 존 둘리틀 하원의원은 일찌감치 수십만 달러를 돌려줬다. “잘못은 없다. 하지만 오해받고 싶지는 않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변명이다.

친(親)공화당계인 아브라모프 씨의 정치자금은 압도적으로 공화당에 몰렸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그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양당 의원들은 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웃음 짓는 민주당=민주당 선거 전략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1994년 이후 2년마다 치러진 6번의 총선에서 번번이 패배한 민주당은 올해 말 중간선거의 승부수로 ‘공화당의 부패문화 청산’을 앞세우고 있다. 아브라모프 사건은 민주당으로선 중간선거의 최대 호재다.

특히 재야 실력자로 공화당의 표 몰이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루버 노퀴스트(감세운동가) 씨와 랠프 리드(기독교 도덕주의 운동가) 씨가 아브라모프 씨의 로비에 연루됐다는 징후도 포착됐다.

▽K스트리트 개혁 요구=논의는 정치권-이익집단-K스트리트로 이어지는 ‘철의 삼각지대’를 개혁할 수 있느냐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전직 의원에서 로비스트로 변신한 빈 웨버 씨는 “당분간 로비스트 기피 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시스템을 손보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부패의 합법화’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던 미국의 로비산업이 수술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