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 "한국 경제가 정치 경제의 변덕성(volatility) 및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권력 약화로 향후 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하다(less bright)"고 진단했다.
두 기관은 이날 발표된 '2006년 경제자유지수(IEF)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자유화 지수가 세계 45위로 지난해와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서 노동시장의 개혁 추진이 제대로 되질 않고, 대외정책도 모호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개혁 부진은 지난해 4월 열린우리당이 의회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과격한 노조와 연계된 민주노동당에 더 의존하게 된 것이 이유로 제시됐다.
대외정책에서는 일본과 역사 갈등을 빚고, 북한의 도발에 외형상 소극적이며 미국과의 긴장이 높아진 점 때문에 지역 협력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의 심각한 장애물로 간주됐던 파산법이 정비되고, 법인세율이 지난해부터 27%에서 25%로 낮아지는 등 몇 가지 긍정적 경제개혁 조치가 취해졌다고 평가했다.
▽'보호무역 높고, 공공경제 비중은 보통'=보고서는 한국의 가중평균 관세가 다소 높은 수준인 10%라며 외국제품과의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어 정부의 구매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4%이고, 전체 세수(稅收) 가운데 공기업 및 정부소유의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33%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규제는 보통='보통(moderate)'이라는 총평과는 달리 보고서는 각론에서 정부의 불투명한 일처리 가능성을 거론했다. 우선, 고용 및 해고와 관련된 노동 규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 상무부 자료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법과 규정이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돼 있어서 순환근무 때문에 옮겨온 관리가 이를 그때마다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으며 △규제 절차가 불투명하며, 기업과 관리의 잦은 비공식 접촉이 필요하며 △중간 관리자가 비공개 업무규정집을 근거로 지시할 수 있다고 썼다.
▽해외투자 및 가격설정 구조는 '양호'=정부가 해외투자자의 국내기업 인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는 등 투자 장벽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방송 통신 전력 등 29개 산업이 해외투자자에게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제한되며, 노동분쟁과 정부규제 때문에 투자가 제한된다고 썼다.
정부의 가격규제는 농산물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전체적으로는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평가했다. 개인 재산권은 잘 보장돼 있지만, 사법절차 진행속도가 비효율적이고 느리다는 표현도 눈에 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