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3일 발간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당(自黨)의 개정 사립학교법 반대투쟁을 “이념투쟁의 병(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는 편협한 국가 정체성 이념에 빠져 있다”며 “사학법 개정의 성격을 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 국가 정체성의 문제로 규정한 것도 그러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의 왜곡이자, 논리의 비약이다.
원 씨의 말대로라면 개정 사학법에 반대하는 사학재단과 종교단체, 그리고 많은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도 ‘이념병’에 걸려 노무현 정권을 ‘빨갱이’로 몰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셈이 된다. 제1야당 최고위원의 인식이 겨우 이 수준인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지속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등원 거부로 ‘거품 예산안’을 삭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학법 반대투쟁은 ‘이념병’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본질적인 가치,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훼손하려는 세력이 교육현장에 스며들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에 막으려는 것이다. 위헌 소송이 제기된 것도 그래서다. 한나라당이 정권의 정체성을 따지는 것도 노무현 정권과 그 배후세력이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이념병적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를 이념병 때문이라고 한다면 원 씨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사학법 개정을 막지 못한 한나라당이 뒤늦게나마 반대투쟁을 벌임으로써 사학법의 문제점을 더 잘 알게 된 국민도 많다. 이런 국민이 모두 사학비리에 눈감으려는, 이념병에 물든 수구 기득권세력이란 말인가.
원 씨부터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여당의 두 배 수준인 40%라지만, 원 씨는 어떤 기여를 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정치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내 충돌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이 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