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처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기가 울 때 안아주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한때 큰 고민거리였다.
아이가 보채거나 울 때는 어떻게 할까?
이 문제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한다. 어른들은 흔히들 아기가 손을 탄다는 이유로 좀 보채더라도 뉘어 놓으라고 한다. 아기가 ‘손 타게’ 되면 누워 있지 않으려고 한다. 또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면 일어서라고 칭얼대고, 일어서면 안고 걸으라고 해서 점점 아기보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아기는 상전으로 키우면 안 된다!”, “잘 울면 노래도 잘한다!”
이처럼 아이가 우는 것에 대한 설명도 가지가지다. 이런 설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기가 울면 기저귀나 갈아주고 젖은 주되 절대로 안아 일으키지 말라고 조언한다.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이렇게 키우지 않는다. 나는 아기보기의 어려움 때문에 경험자들의 말에 약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내는 지원이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바람같이 달려가서는 안아서 얼러주었다.
눈 맞추고 뽀뽀하고, 얼굴에 살을 비비고, 꼭 안아주고, 쌀 반 자루만 한 무게를 안고 걸어다녔다.
“산모가 저러다 몸에 탈이 난다.” “그렇게 안아주지 말라니까!”라는 주위의 우려 섞인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아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줘 ‘까탈스러운 아이’ ‘응석둥이’로 자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길러야 한다. 아기가 엄마의 사랑을 느껴야 정서적으로 안정된 ‘순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에 살 맞대기는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아기를 안아줄 땐 배를 앞으로 쭉 내밀어 그 위에 아기 엉덩이를 앉히고, 한손으로는 엉덩이를 받치고 한쪽 팔로 아기를 단단히 감싸지.”
나는 요즘엔 뱃살을 이용해서 아기 안는 요령을 초보아빠들에게 가르칠 정도로 안는 기술이 늘었다. 첫아이 때는 요령을 몰라 널어놓은 빨래처럼 승민이가 가슴만 꽉 껴안긴 채 발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불안해서 아기를 못 맡기겠다”고 아내에게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아기는 엄마 품에 안기고 엄마와 살을 맞대고 엄마의 냄새를 맡으면서 엄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나의 지론은 아빠들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안아 달라 업어 달라 떼를 쓰는 것도 다 애착 형성의 한 과정이다. 애착을 통해서 아기들은 비로소 구체적으로 엄마나 아빠를 좋아하고 그 존재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