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5일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회동을 사실상 거부하고 나서는 등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둘러싼 당-청(黨-靑) 간 갈등 기류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만찬 회동 초청 대상이었던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 및 상임고문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조찬 모임을 열고 “오늘 만찬은 인사 문제에 대한 당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는데 인사 문제가 마무리된 만큼 연기하는 게 합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찬 모임에서 조배숙(趙培淑) 의원 등은 “(청와대가) 당의 의견을 듣기로 해놓고 발표를 해버렸다. 당이 철저하게 무력화됐다”고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강하게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찬 회동 참석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새 임시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회동을 연기하자”는 문희상(文喜相) 전 의장의 절충안에 합의했다. 이들은 또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하고 인사 문제는 더 거론하지 않겠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세균(丁世均) 당 의장이 이날 오전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회동의 연기를 요청했고 청와대 측은 이를 수용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2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신임 지도부가 구성된 뒤 당의 요청이 있으면 그때 대통령과 만날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6일 시도 당 위원장 및 비상집행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후임 의장대행을 추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후임 의장대행에는 유재건(柳在乾) 의원이 유력했으나 본인이 고사함에 따라 한명숙(韓明淑) 이미경(李美卿) 의원 등이 새로 거론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