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취임한 신선희 국립극장장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냉소가 심각한 수준이다. 현 정부의 노선을 지지해 왔던 민예총, 문화연대도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다. 국공립 예술단체장의 취임 후에도 반발이 계속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누나인 신 극장장의 취임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와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문화예술계에서조차 심각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동료들에 의한 ‘다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데다 수많은 반대 여론이 있는데도 결국 임명됐다. 배경에는 최고 권력자 또는 주변 인사가 있다는 것도 같다.
민예총 관계자는 “단순히 ‘코드 인사’도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정치권력이 문화예술인들을 줄 세우기 하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 연극계 인사는 “신 극장장은 ‘가무악’을 완성하겠다고 내건 서울예술단을 7년이나 맡았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체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며 “조그만 단체를 운영하면서도 포용력과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어 연임 때마다 마찰을 빚었는데 과연 국립극장을 맡을 만한 인물인가”라고 물었다.
신 극장장은 국립극단과 무용단, 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등 4개 산하단체의 예술감독 선임을 다음 달 중순으로 미뤘다. 그리고 취임사에서 “그동안 국립극장의 하드웨어 마련은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공연의 품질을 높이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임 김명곤 극장장이 제시한 2013년까지 국립극장 옆의 남산자유센터 터를 매입해 ‘국립공연예술센터’를 짓는다는 청사진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상징하는 국립극장장을 뽑는 ‘공모제’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3명의 최종 후보에 대한 추천위원회의 표결 결과는 7 대 1 대 1로 신선희 후보에 대한 몰표였다. 사실 최종 후보 세 사람 모두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자천(自薦) 응모 케이스였는데 그나마도 사실상 한 사람에게 의중이 집중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연극계의 한 인사는 “비극은 최종 후보에 오른 인사들이 국립극장장 후보로서 적합도가 60점도 안 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공모제의 폐해를 느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논의도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