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듣고,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개에게 우리가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개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사진 제공 아인북스
◇우리는 개보다 행복할까?/매트 와인스타인·서영조 옮김/296쪽·1만500원·아인북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사람에게 소유물이란 큰 짐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물을 마시는 데 필요한 컵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시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무릎을 쳤다. “이 컵조차 필요 없는 거구나!”
그런데 만약 개들이 그 디오게네스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뭐라고요? 물을 마시는 데 손이 필요하다고요?”
개들은 평생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한다. 그들의 좌우명은 이렇다. “너무 커서 입에 물 수 없는 건 갖고 다니지 마세요!”
개들은 물건들을 물고 다니다가도 때가 되면 그냥 길에 두고 온다. 좀처럼 집으로 가져오는 법이 없다. 나중을 위해 어디에 숨겨 놓지도 않는다. 그들은 사람들처럼 많은 물건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소지품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우리는 인생의 여행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가는 가방을 끌고 다닌다. 그리고 예전처럼 빨리 움직일 수 없다고, 더는 자유롭지 않다고 울상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유쾌해지는 이 책은 항상 즐겁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개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개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항목으로 무려 67가지를 꼽는다.
개들은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놓아 버려야 할 때를 안다, 도움을 청할 줄 안다, 자신의 한계를 안다, 쉽게 용서한다….
기업 컨설턴트인 저자는 개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가르침을 터득하고 있지만 우리는 애써 그 교훈을 배워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당신이 개와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에게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 삶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빈센트 반 고흐)
저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결코 삶을 멈추지 않았던 ‘블루’를 떠나보내던 순간을 이리 회상한다.
블루가 코암 진단을 받았던 8월 어느 날 오후, 가족은 블루를 잃게 될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었다. 그때 블루가 꼬리를 흔들며 입에 공을 물고 방문 앞으로 왔다. 그는 코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놀이를 하자고 채근했다. “난 아직 죽지 않았어요. 그러니 어서 함께 놀아요!”
블루가 세상을 떠나던 날 아침, 블루는 여느 때처럼 산책을 했다. 그는 항상 그랬듯이 이날도 공원에 도착하자 땅바닥에 누워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재미있어 못 참겠다는 듯 끙끙 소리까지 내면서.
그는 그렇게 매일 아침 이 세계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의 그런 모습은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소중하게 여겼다.
저자는 블루의 묘비에 이렇게 썼다.
“이곳에는 아름다웠으나 허영심이 없었고, 강했으나 사납지 않았으며, 인간의 악덕은 알지 못했으나 인간의 모든 미덕을 갖추었던 고귀한 영혼이 묻혀 있다….”
원제 ‘Dogs Don't Bite When a Growl Will Do’(2003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