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구석구석이 말하기를/고미 타로 글 그림·엄기원 옮김/28쪽·8000원·한림출판사(4∼7세)
고미 타로의 그림책들은 재밌고 유쾌하다. 톡톡 튀는 상상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항상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게 만드는 마지막의 ‘마무리 유머’까지.
이 그림책은 몸의 각 부분이 제각각 말을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길을 걸어가던 한 꼬마가 주머니 속에 든 사탕을 먹고 목이 말라지자 물을 마시러 공원에 간다’는 심심한 이야기도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이 될 수 있다니.
“어, 이게 뭐지?”(주머니 속의 손가락) “앗, 이거 저번에 받은 사탕이잖아!”(생각이 난 머리) “너무 더러운데. 먼지 같은 것도 붙어 있고.”(살펴본 눈) “아니, 충분히 먹을 수 있어.”(당황한 입) “아주 달콤한 맛이 날 거야”(기뻐하는 혀)….
이런 식으로 꼬마의 목, 엉덩이, 팔, 배, 목구멍, 발바닥, 배꼽, 뺨, 허리, 손목 심지어 ‘고추’까지 몸 구석구석이 앞 다투어 말을 한다.
제각기 말을 쏟아 내던 몸 구석구석이 갑자기 한목소리를 낸다. “우와∼.”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들이켜는 순간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