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의 무스타파 살리푸(앞)가 기니 수비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입김이 날리는 추운 날씨 속에 벌어진 경기에서 토고는 보안을 의식한 듯 주전 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를 뺀 채 다양한 실험을 하다 0-1로 졌다. 비리샤티용=게티이미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상대인 토고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토고(세계 56위)는 8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남쪽의 비리샤티용에서 기니(79위)와 평가전을 가졌다. 시종일관 기니에 밀린 토고는 후반 20분 페널티킥 골을 내줘 0 대 1로 졌다. 이로써 토고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 가진 3차례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토고의 경기는 한국이 속한 G조 국가 가운데 최초의 평가전이었다. 따라서 같은 조에 속한 국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슈 감독은 직접 관전하며 토고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심히 살폈다. 바로 뒤편에는 핌 베르베크 한국 대표팀 코치가 자리를 잡았다. 대한축구협회에선 최경식 기술위원을 파견해 토고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토고가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온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서로 상대에게 경기에 대한 평가와 본선에 대한 예상, 상대국의 월드컵 열기 등을 물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경기는 0도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 속에 펼쳐졌다. 그라운드가 젖어 있어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주 미끄러지는 바람에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토고와 기니의 응원단 10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토고 응원단은 한국 취재진과 마주칠 때면 “한국과 토고가 경기를 하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상당수 토고 응원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오귀스탱 토멕페 씨는 “오늘 경기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기라고 할 수 없다”면서 “본선은 아데바요르와 박지성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리샤티용=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전문가들이 본 토고
지난해 11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4개국 토너먼트대회에서 이란과의 경기를 앞둔 토고 대표팀. 이날도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는 출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측면을 뚫어라.’
토고의 아킬레스건은 측면 수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지역 예선 때부터 토고의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시 한번 취약한 수비력이 확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포백 라인을 가동한 토고는 협력 수비가 이뤄지지 않아 공간을 자주 내줬다. 수비진의 스피드도 떨어져 기니의 측면 공격수에게 번번이 돌파를 허용했다.
후반 20분 페널티킥을 내준 것도 협력 수비와 스피드가 부족한 때문. 최경식 기술위원은 “1 대 1 상황에서 돌파를 당해도 후방에서 커버를 해줘야 하는데 일선에서 무리하게 막으려다 파울을 범했다”고 설명했다. 기니가 골 결정력만 갖췄다면 이날 경기는 3골 이상 차가 날 수도 있는 경기였다.
핌 베르베크 한국 대표팀 코치는 “이 경기만 갖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체력, 유연성은 역시 아프리카 팀답게 뛰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레몽 도메네슈 프랑스 감독도 “주전이 대거 불참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로 평가를 내리긴 힘들다”면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가서 다시 확인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나야
스티븐 케시 토고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신진 선수를 테스트했다”면서 “기존 멤버와의 호흡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둔 경기이기 때문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의 장 이브 게랭 기자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형편없는 경기였다”고 폄훼했다. 그는 “현재 토고 선수들은 프랑스 1부리그 AS모나코에서 주전으로 뛰는 아데바요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체 멤버”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스위스 2부리그에서 활동 중인 주니오르 세나야가 새로운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경식 위원은 “세나야는 최전방에서부터 미드필드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비리샤티용=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