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5개 사립고교가 신입생 배정 거부를 철회한 데 이어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8일 2006학년도 신입생을 받기로 결정해 신입생 배정 거부 사태는 일단 모면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상관없이 당초 방침대로 비리 사학재단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와 감사원의 합동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13개 사립학교법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신입생 배정 거부 철회와는 관계없이 이번 사태를 사학비리를 척결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합동 감사를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고 김창호(金蒼浩) 국정홍보처장이 밝혔다.
김 처장은 “차제에 사학운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교육부, 시도교육청, 감사원이 중심이 돼 감사를 실시하고 비리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교사 채용, 학교 시설물 공사 비리 등을 중점적으로 감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9일 전국 시도교육감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감사 내용과 일정을 지시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현재 비리 사학의 수와 비리 행위를 파악 중이며 감사 결과는 적발 즉시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도 9일 전국 시도 수사정보과장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학 비리에 대해 당장 전면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금 검찰이 무턱대고 수사에 나설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사학 재단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수사 방향 등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법인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13개 시도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신입생 배정 거부 방침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협의회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신입생 배정 거부 운동은 사학의 기본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었다”며 “하지만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자 2006학년도 학생 배정을 절차에 따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개정 사학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므로 위헌법률심사청구와 더불어 법률불복종운동 등 법 개정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의회는 “정부의 비리사학에 대한 감사를 거부키로 했다”며 “10일경 이사회를 열어 앞으로의 투쟁계획 등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입생 배정을 거부했던 오현고 등 제주지역 5개 사립고는 7일 방침을 바꿔 9일 신입생 예비소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